제로웨이스트 여행법: 쓰레기 없이 여행하는 방법

여행만 가면 이상하게 쓰레기 양이 폭발하죠. 생수병, 편의점 간식 포장지, 배달 용기, 카페 일회용 컵, 기념품 포장까지… 집에서는 텀블러도 쓰고, 에코백도 잘 들고 다니는데 여행만 가면 “이번만 그냥 편하게 쓰자…” 모드가 켜지곤 합니다.

저도 똑같았어요. 그래서 한 번 마음 먹고 “이번 여행은 쓰레기를 최대한 줄여보자”는 목표를 세워봤습니다.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아니었지만, 준비부터 귀가 후 정리까지 조금씩 바꿔보니 확실히 체감이 다르더라고요. 오늘은 그때 써본 제로웨이스트 여행 노하우를 단계별로 정리해볼게요.

1. 출발 전: 여행은 이미 짐 쌀 때부터 시작됩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절반은 사실 짐 쌀 때 결정나는 것 같아요. “혹시 몰라서” 챙기기 시작하면 캐리어도 무거워지고, 결국 현지에서 또 일회용품을 쓰게 되더라고요.

제가 챙겨보니 꼭 필요했던 것들

  • 휴대 키트
    텀블러(또는 보온병), 접이식 에코백 2개, 스테인리스/대나무 수저 세트, 재사용 빨대, 손수건 2장
  • 용기 세트
    가벼운 샌드위치 박스 1개, 실리콘 지퍼백 2개, 소스나 작은 반찬용 밀폐 소스통 1개
  • 세면·세탁 키트
    고체 샴푸/바디비누, 치약 정제, 대나무 칫솔, 미니 빨래비누, 얇은 빨래줄(수건·속옷 말리기 용)
  • 정보 메모
    숙소 주변 수돗물/정수 가능 여부, 근처 리필 스테이션·벌크마켓 위치를 지도앱에 저장

모든 걸 다 챙길 필요는 없고, “평소에 내가 자주 쓰는 일회용품을 대신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 넣으면 충분합니다.

2. 이동 수단: 탄소와 쓰레기를 같이 줄이는 선택

여행의 시작은 이동 수단 고르는 것부터죠. 가능하면 대중교통·열차를 우선으로 두는 게 기본입니다. 차를 타야 한다면 동승 인원을 늘려 한 번에 같이 움직이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에요.

비행기를 타야 한다면, 경유보다 직항을 고르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비행기 이착륙이 한 번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탄소 배출이 꽤 달라지니까요.

이동 중 간식은 이렇게 줄였습니다

  • 집에서 간단한 간식(견과, 과일, 빵)을 미리 소분해서 실리콘백·도시락통에 담기
  • 휴게소·기내에서는 가능하면 텀블러에 음료 받기
  • 생수는 공항·역 정수대/워터 포인트 위치를 미리 체크해 두고 리필하기

이렇게만 해도 기내 컵, 페트병, 포장 봉투를 꽤 많이 줄일 수 있었어요.

3. 숙소 고르기: 체크인 전에 살펴본 친환경 기준

숙소를 예약할 때, 가격·위치·후기만 보지 말고 “환경 관련 정책”도 한 번쯤 같이 보면 좋아요.

  • 어메니티 정책
    일회용 어메니티를 기본 제공하는지, 아니면 요청 시에만 주는지, 대용량 디스펜서를 쓰는지
  • 타월·침구 정책
    매일 교체가 기본인지, 투숙객이 교체 주기를 선택할 수 있는지
  • 물·분리배출
    객실마다 생수병을 놓는지, 복도나 로비에 정수대가 있는지, 객실·공용 공간에 분리배출 안내가 잘 되어 있는지

체크인할 때 “일회용 어메니티는 따로 필요 없습니다”라고 한마디 덧붙이면 칫솔, 면도기, 샤워캡 같은 불필요한 일회용이 방에 채워지는 걸 꽤 줄일 수 있어요. 세면용품은 내가 가져간 걸 쓰면 되고요.

4. 식사 전략: 현지 맛은 살리고 쓰레기는 줄이고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먹는 즐거움이죠. 제로웨이스트 때문에 맛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디서, 어떻게 먹느냐”를 조금 조정해보는 거예요.

  • 매장 취식 우선 – 포장이 필요 없는 현지 식당·카페를 중심으로 선택하기
  • 포장이 필요할 땐 개인 용기 – 남은 음식이나 테이크아웃이 예상되면 샌드위치 박스나 실리콘백을 슬쩍 꺼내기
  • 음료는 텀블러 – 카페에서 “여기다 주세요” 한 줄이면 컵+뚜껑+빨대 세트를 아낄 수 있어요
  • 시장·베이커리 – 에코백 + 손수건 조합으로 빵·과일을 바로 담기

남은 음식은 실리콘백이나 용기에 담아 두되, 여행지 특성상 상하기 쉽기 때문에 2시간 이내 냉장을 원칙으로 잡는 게 안전합니다.

5. 관광·액티비티: 현장에서 나오는 일회용 줄이기

관광지에서는 티켓, 물, 우비, 간단한 먹거리 등 “하나쯤 괜찮겠지” 하는 일회용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옵니다.

  • 티켓 – 모바일 티켓·QR 코드 활용, 종이 인쇄는 최소화
  • – 정수대·음수대 위치를 미리 지도에 저장해 두고 텀블러나 물병에 리필하기
  • 기념품 – 포장이 과한 인형·플라스틱 굿즈보다는 현지 차, 향신료, 비누 같은 소비형 기념품이나 체험·투어 같은 ‘무형의 경험’을 선택
  • 레저 활동 – 비 오는 날을 대비해 일회용 비닐우비 대신 경량 방수자켓 하나 챙기기, 야외 공연·피크닉에는 일회용 방석 대신 접이식 레저시트 사용

이렇게 준비해두면, “아, 또 비닐 우비 사버렸네…” 하는 순간을 꽤 많이 막을 수 있어요.

6. 여행지 쇼핑: 싸다고 다 사다 보면 결국 쓰레기

여행지에서의 충동구매는 사실 여행이 끝난 뒤에 집 안을 어지럽히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성비” 대신 “총소유비용” 관점으로 보려고 했어요.

  •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
  • 수선·재사용이 가능한지
  • 집에 돌아온 뒤에도 진짜 자주 쓸 물건인지

포장이 과한 매장보다는 포장 최소화·재활용 포장을 쓰는 매장을 선택하고, 결제할 때 “포장은 최소로 부탁드려요”라고 한 번만 말해도 불필요한 비닐, 추가 박스를 꽤 줄일 수 있습니다.

면세점에서 액체류를 살 때는 누수 방지를 이유로 비닐을 여러 겹 씌우곤 하는데, 미리 실리콘 병커버를 챙겨가면 포장 비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돼요.

7. 비상 상황: 완벽주의를 잠깐 내려놓는 용기

여행은 늘 변수가 많죠. 장거리 이동, 갑작스런 비, 컨디션 난조, 예기치 못한 일정 변경… 이럴 때는 솔직히 일회용품을 쓰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는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기”를 원칙으로 했어요. 대신,

  • 오늘 어쩔 수 없이 쓴 일회용품을 기록해 두고
  • 다음날이나 다음 주에 ‘보상 행동’ 하나를 정했습니다 (예: 배달 안 시키는 날로 정하기, 리필 스테이션 방문하기 등)

중요한 건 “실패했으니까 끝!”이 아니라 “그래도 계속해볼까?”라는 방향성입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도 결국 마라톤 같은 거니까요.

8. 귀가 후 루틴: 정리가 끝나야 진짜 여행이 끝난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의 행동까지 마무리하면, 이번 여행의 제로웨이스트 완성도(?)가 한 단계 올라갑니다.

  • 여행 중 나온 포장재를 종류별로 분류 → 헹굼 → 건조 후 재활용
  • 사용한 용기·키트 점검 – 실리콘백 냄새 제거, 밀랍 랩 상태 확인, 텀블러 패킹 교체 필요 여부 체크
  • 이번 여행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메모 – “다음에는 이건 안 챙겨도 되겠다”, “이건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같은 기록

이렇게 정리해 두면, 다음 여행에서 짐도 더 가벼워지고 제로웨이스트 여행 난이도도 자연스럽게 내려가요.

제로웨이스트 여행 팩킹 체크리스트

마지막으로, 다음 여행 때 그대로 써도 좋을 실전 체크리스트입니다.

  1. 텀블러 또는 물병, 수저·젓가락·빨대 세트, 손수건 2장
  2. 실리콘 지퍼백 2개, 가벼운 도시락/샌드위치 용기 1개
  3. 고체 샴푸/비누, 치약 정제, 대나무 칫솔
  4. 접이식 에코백 2개, 레저시트, 경량 방수자켓
  5. 미니 세탁세제/빨래비누, 얇은 빨래줄

마무리: 쓰레기가 줄어들수록 여행의 기억은 또렷해집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불편함을 참고 인내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덜 사고, 덜 버리고, 조금 더 집중해서 여행을 느껴보는 방법에 가까웠어요.

기념품이 줄어드니 대신 사진, 냄새, 대화 같은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또 쓰레기를 잔뜩 만들고 왔네…” 하는 찜찜함도 훨씬 덜했습니다.

완벽하게 쓰레기 없는 여행을 하려 하기보다, 다음 여행에서 텀블러 하나, 작은 용기 하나만 더 챙겨 보는 것. 그 정도면 이미 충분히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가까운 시일 안에 여행 계획이 있다면, 이 글에서 마음에 드는 팁 한두 개만 골라서 이번 여행에 한 번 끼워 넣어보세요. 아마 쓰레기봉투 대신, 조금 더 가벼운 마음을 들고 돌아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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