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상에 올라온 한 그릇도 사실은 먼 길을 건너옵니다. 비 몇 번 못 맞은 밭, 초지, 냉장차의 새벽. 오늘은 그 길을 따라가 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을 천천히 짚어보려 합니다.
서문: 밥상 위에 펼쳐진 작은 지도
“한 숟갈에도 산과 강과 길이 있습니다.”
마트에 가면 이런 순간이 있죠. 제철 토마토와 수입 아보카도가 나란히 있을 때, “뭐가 더 낫지?” 하는 막연한 고민. 오늘 글은 ‘정답’을 주기보다는, 고를 수 있는 눈을 같이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탄소, 물, 토지. 세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맞추긴 어렵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조금 더 식물성, 조금 덜 버리기, 제철·산지 한 번 더 보기” 정도의 가벼운 출발이면 충분해요.
따뜻한 요약 & 핵심 정리
한 줄 요약: 식단을 식물성 쪽으로 살짝 옮기고, 계절·산지·보관만 신경 써도 밥상의 탄소·물·토지 발자국은 꽤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키워드 | 의미 | 핵심 | 메모 |
|---|---|---|---|
| 탄소 | 온실가스 발자국 | 가축·사료·에너지 | 붉은고기·냉장체인 영향 |
| 물 | 물 발자국/스트레스 | 산지·강수량 | 건기·관개지역 주의 |
| 토지 | 경작·초지 면적 | 사료·팜유·초지 | 숲·서식지와 연결 |
| 냉장체인 | 콜드체인 에너지 | 손실↓ vs 전력↑ | 효율·거리 균형 |
| 가공도 | 세척·절단·가공 | 폐기↓ vs 에너지↑ | 적정 수준 찾기 |
트릴레마: 탄소·물·토지, 세 줄 사이의 줄다리기
식품 LCA(전과정평가)는 한 제품을 “밭에서 식탁까지” 따라가면서 어디서 얼마나 환경 부담이 생기는지 보는 도구입니다.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축이 바로 탄소, 물, 토지예요.
- 탄소: 가축의 메탄, 비료에서 나오는 N₂O, 가공·운송에 쓰인 에너지
- 물: 산지의 물 부족 정도, 관개수 사용, 세척·가공수
- 토지: 사료용 대두, 초지, 과수원 등 차지하는 면적과 서식지 영향
문제는, 한 축을 줄이면 다른 축이 올라갈 때가 많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냉장을 줄이면 전기는 덜 쓰지만, 부패와 폐기가 늘어날 수 있죠. 그래서 “무조건 이게 답이다”보다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식품군별 경향 간단 비교
아래 표는 여러 연구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전반적인 경향’을 아주 단순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지역·생산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함께 기억해 주세요.
| 식품군 | 탄소 | 물(스트레스 민감) | 토지 | 메모 |
|---|---|---|---|---|
| 붉은고기(소) | 높음 ▲▲▲ | 중간~높음 ▲▲ | 높음 ▲▲▲ | 메탄·초지·사료 |
| 가금류/계란 | 중간 ▲▲ | 중간 ▲▲ | 중간 ▲▲ | 사료·사육 효율 중요 |
| 어패류(양식) | 중간 ▲▲ | 중간 ▲▲ | 낮음~중간 ▲~▲▲ | 사료·서식지 변수 |
| 콩·두류 | 낮음 ▲ | 낮음~중간 ▲~▲▲ | 낮음 ▲ | 단백질 효율이 좋음 |
| 곡물(쌀·밀) | 낮음~중간 ▲~▲▲ | 지역 차 큼 | 낮음 ▲ | 벼는 메탄 변수가 있음 |
| 채소·과일 | 낮음 ▲ | 산지 민감 ▲~▲▲ | 낮음 ▲ | 보관·손실 관리가 핵심 |
현장 장면 3가지: 우리의 하루에서 꺼내 본 사례
📌 A. 도시 밀키트 vs 장보기 — 포장과 음식물 쓰레기 사이에서
퇴근길에 밀키트 하나 집어 드는 경험, 많이들 하실 거예요. 채소는 다 씻겨 있고, 필요한 만큼만 들어 있어서 참 편합니다.
- 장점: 가정 내 폐기 줄어듦, 조리 시간이 짧아짐
- 단점: 포장재 증가, 냉장·유통 에너지 사용
- 현실적인 타협: 합배송 옵션 선택, 다회용 용기/리필 매장 이용, 과한 개별포장은 피하기
“조금 더 편리하게, 조금 덜 버리는 방향”을 고르는 게 포인트입니다.
📌 B. 유제품 vs 식물성 — 0 아니면 100이 아니라, 50:50부터
아침 라떼를 예로 들어볼게요. 내일 아침부터 전부 식물성으로 바꾸라고 하면 금방 지치고 돌아오기 쉽습니다. 대신 우유와 귀리음료를 1:1로 섞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죠.
- 라떼, 시리얼 등에 식물성 음료 50% 섞어보기
- 물 스트레스 높은 지역 작물은 계절·산지 라벨 한 번 더 보기
- 영양은 칼슘·단백질 강화된 제품 선택으로 보완
완벽한 채식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꾸준한 “조금 덜”이 훨씬 멀리 갑니다.
📌 C. 쌀과 물 — 같은 쌀이라도 다른 물 이야기
같은 1kg의 쌀이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길러졌는지에 따라 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기업·급식 단위에서는 산지를 한 곳에 몰기보다 분산 조달이 중요해집니다.
- 산지 2~3곳으로 나눠 계약해 특정 지역 물 부담 줄이기
- 건기에는 빗물 의존도가 높은 지역 비중을 조금 올리기
- 저온 보관으로 장기 저장 시 부패·벌레 피해를 줄여 전체 손실 낮추기
KPI & 실행 체크리스트: 숫자 한두 개만 잡아도 달라집니다
모든 걸 다 측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두 개만 꾸준히 보는 지표”가 있는 게 훨씬 중요해요.
가정(월간)
- 식물성 식단 비중 (주 몇 끼인지 메모)
- 냉장고 폐기율 (버리는 날, 대략 사진 한 장으로 기록)
- 제철·국산 구매 품목 수
식당/밀키트
- 메뉴별 음식물 쓰레기 양
- 포장 중량 (식사 1인분 기준)
- 합배송·정기배송 비율
기업·급식
- 동물성 단백질 비중 (1인 1끼 기준 g)
- 물 스트레스 높은 지역 원재료 비중
- 콜드체인 효율 (대략 kWh/톤·km 추적)
오늘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는 7가지
FAQ: 자주 받는 질문, 짧게 정리
장거리 수입 과일은 무조건 나쁜가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항공 수송은 영향이 크지만, 배·대형 냉장 컨테이너로 오래 실어 오는 경우 잘 보관해서 폐기를 줄이면 생각보다 괜찮은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거리” 하나가 아니라 손실·보관·계절을 함께 보는 겁니다.
냉장 대신 실온 보관이 더 친환경인가요?
품목마다 다릅니다. 냉장에 에너지가 들더라도 그 덕분에 부패와 음식물 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면 전체 환경부담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어요. 반대로 굳이 냉장할 필요 없는 품목은 실온이 낫겠죠.
유기농이 항상 더 좋은 선택인가요?
화학비료·농약 측면에서는 장점이 크지만, 수확량·토지 이용까지 계산하면 상황이 조금 복잡해집니다. 가능하다면 “지역+제철+유기” 조합을 우선으로 삼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