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지도 — 폐기물·소재·에너지 전환의 기술과 비즈니스

9편 | 기후테크 지도 — 폐기물·소재·에너지 전환의 기술과 비즈니스
지구의 미래 현장에서 쓰는 기후테크

ESG 보고서는 쌓이는데, 공장·창고·현장은 그대로인 느낌 드신 적 있나요?
오늘 글은 “멋진 슬로건”이 아니라, 현장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후테크 지도를 한 번 같이 펴보려는 시도입니다.

서문: “좋은 기술 같은데, 우리 회사에 어떻게 쓰죠?”

“보고서는 많은데, 내 현장에 어디부터 꽂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한 제조 공장장의 말

요즘 ‘기후테크’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열분해, 바이오전환, CCUS, 수소, 배터리… 이름은 멋지지만, 막상 공장이나 물류센터 입장에서 보면 이런 생각이 먼저 듭니다.

“지금 쓰는 보일러, 지금 나가는 폐기물, 지금 나오는 전기요금에 이 기술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기술 리스트”가 아니라, 우선순위와 순서가 필요합니다.

이 글은 중소·중견 제조·물류·건설에서 에너지/ESG를 맡은 분을 기준 독자로 상정했습니다.
어려운 용어는 줄이고, “결국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할지”에 초점을 맞춰 정리해볼게요.

이 글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핵심 요약)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효율과 계측으로 바닥을 다지고, 회수와 재활용으로 레벨을 올린 뒤, 전환·대체로 점프한다.”

많은 회사가 멋진 기술부터 도입하려다가, 현장과 숫자가 따라오지 않아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기술 이름보다 “기준과 순서”를 먼저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키워드실무 포인트현장에서 쓰는 질문
TRL 기술성숙도(1~9) 7 이상이면 ‘남이 돈 내고 돌려본 단계’ “이 기술, 실제 상업 플랜트 몇 군데나 돌아가나요?”
Capex/Opex 투자비/운영비 3~5년 회수 가능한지부터 보기 “보조금 빼고도 회수 기간이 몇 년쯤 나오나요?”
오프테이크 장기 판매·구매 계약 특히 열분해·수소·CCUS에 중요 “누가, 얼마나 오래, 어떤 조건으로 사줄까요?”
스택 기술을 층층이 쌓기 계측 → 효율 → 회수 → 전환 순으로 설계 “이 기술, 기존 설비 위에 어떻게 덧붙일 수 있을까?”
복잡해 보이는 기후테크도, “우리 공장 전기·열·폐기물 흐름 한 장”을 그려 놓고 보면 훨씬 단순해집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지도를 함께 그려보는 과정입니다.

기후테크 큰 지도: 세 가지 질문으로 나눠보기

기후테크를 외워야 할 기술 목록이 아니라, 세 가지 질문으로 먼저 나눠볼게요.

  • 뭐가 나가고 있지? — 폐기물·배출·열·누수
  • 뭐가 너무 비싸지지? — 전기·가스·원료 단가
  • 뭘 바꾸면 고객에게도 매력적일까? — 친환경 제품·EPD·ESG 요구

이 세 질문을 가이드로 삼고, 기술을 크게 세 묶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폐기물 · 자원순환

  • 플라스틱 열분해 — 기계재활용이 안 되는 필름·복합의 출구
  • 유기물 바이오전환 — 음식물·슬러지를 가스/에너지로 전환
  • 고형연료·열회수 — 태우던 열·연기를 다시 에너지로
  • 로봇·광학 분류 — 사람이 하던 분리 작업의 품질·속도 개선

언제? 처리비가 계속 오르고, 매립·소각 규제가 강해질 때

2) 소재 · 제조 공정

  • 대체 소재 — 플라스틱 일부를 종이·섬유·바이오 소재로
  • 저탄소 시멘트·철강 — 같은 강도, 낮은 탄소
  • 재생 폴리머 — rPET, rPP 등 재생 원료 품질을 제품 수준까지
  • 공정 전기화 — 가스 버너를 전기히터·히트펌프로 전환

언제? 고객이 “탄소 발자국·EPD 자료 주세요”라고 말하기 시작할 때

3) 에너지 · 시스템

  • 분산형 저장(BESS) — 피크 요금·태양광 유휴 전력 줄이기
  • 전력 최적화(EMS·DR) — 설비를 똑같이 쓰고도 요금은 덜 내는 법
  • 수소·전해 — 장기적인 연료 전환 옵션
  • CO₂ 포집·활용(CCUS) — “굴뚝에서 나간 뒤”를 붙잡는 기술

언제? 전기요금 고지서를 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올 때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세 장면

“그래도 여전히 그림 같은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실제로 자주 마주치는 세 가지 장면을 그려보겠습니다.

📌 A. 물류센터 — 전력 피크 줄이기부터 시작

장면 — 새벽 피킹이 시작되는 시간, 컨베이어·지게차·냉동창고가 한꺼번에 돌아가면서 피크 전력이 치솟습니다. 계약전력은 계속 올라가고, kWh 단가도 오른 지 오래죠.

  • 1단계: 계측 — 어느 시간·어느 설비에서 피크가 튀는지 스마트 미터로 먼저 보기
  • 2단계: EMS — 냉동기·충전 스케줄을 나눠 돌려 피크 단계 줄이기
  • 3단계: BESS — 피크 1~2시간을 저장장치로 깎아내기
  • 4단계: DR 참여 — 전력 시장 프로그램 참여로 추가 수익 소스 만들기
KPI도입 전현실적인 목표(1년)
피크 전력(kW)100%-20~25%
전기요금(연간)기준10~15% 절감을 1차 목표로
자가소비율(태양광 연계 시)낮음+20%p 이상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는 기분이 처음으로 덜 무거워졌습니다.” — 한 물류센터 에너지 담당자

📌 B. 플라스틱 선별장 — 팔리지 않던 ‘애매한 폐기물’의 출구 만들기

장면 — 투명 PET, 단일 재질은 잘 팔립니다. 문제는 필름, 다층 포장, 오염된 플라스틱입니다. 처리비를 내고 버리자니 아깝고, 제품으로 팔자니 품질이 안 나옵니다.

  • 전처리·세척으로 염소·오염도 낮추기
  • 소형 열분해 설비로 오일 생산, 파일럿부터 시작
  • 정유·석화사와 오프테이크 논의 — 품질 기준과 가격 공식 미리 합의
  • 데이터 축적 — 하루 투입량·수율·성분을 쌓아서 금융·투자 설득 자료로 활용
KPI도입 전현실적인 목표(2년)
무등급 폐기물 비중높음50~70%를 유가 스트림으로 전환
톤당 순비용순수 처리비 지출‘0’ 또는 소폭 흑자까지
장기 계약 비중스팟 거래 위주2년 이상 오프테이크 1건 확보
“예전에 돈 주고 버리던 것에서, 조금씩이지만 매출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 C. 레디믹스 콘크리트 — 조용하지만 큰 변화, 저탄소 레시피

장면 — 현장은 똑같이 타설하고 양생합니다. 달라진 건 레시피와 서류입니다. 시멘트 일부를 저탄소 바인더로 바꾸었고, 그 결과물로 EPD 인증을 받아 입찰에서 경쟁력을 확보합니다.

  • 클링커 비율 감소 + 활성 점토·석회석 혼합 등 레시피 옵션 검토
  • 압축강도·양생 곡선을 기존 제품과 비교해 동등성 검증
  • EPD 발급 후 대형 프로젝트·공공 발주처에 제안 자료로 활용
  • 단가만이 아니라 “톤당 CO₂ 절감량”까지 함께 보고하는 문화 만들기
KPI도입 전목표(12개월)
tCO₂e/㎥기준 100%25~35% 감축
품질 클레임기존 수준동일하거나 감소
저탄소 제품 매출 비중0~5%20% 이상
“동일 단가에 탄소가 낮다는 건, 영업팀에게 새로운 무기였습니다.”

단가·성숙도·리스크를 한눈에 보는 표

아래 표는 기술별 대략적인 성숙도(TRL), 비용 구조, 리스크 포인트를 정리한 것입니다. 현장마다 숫자는 다르지만, “어디서부터 손대야 덜 위험한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술성숙도(TRL)비용·경제성주요 리스크주요 수익원
전력 EMS·DR 8~9 낮은 Capex, 1~3년 회수 가능 사례 다수 데이터 품질, 조직이 안 쓰는 문제 전기요금 절감, DR 인센티브
BESS(1~2h) 8~9 중간 수준 Capex, 요금제에 따라 수익성 차이 배터리 수명, 화재·안전 규제 피크 절감, 자가소비 확대
플라스틱 열분해 6~8 Capex 다소 높음, 수율·오일 가격 민감 오일 품질 변동, 규제·인허가 오일 판매, 처리 수수료(게이트 피)
바이오가스/업그레이드 7~9 안정적 경제성, 기질·전력 단가에 영향 원료 품질, 냄새·환경 민원 전력·열 판매, RNG·인증서
저탄소 시멘트·바인더 7~9 레시피 전환 중심, 기존 설비 활용 가능 품질 인증, 고객 수용성 프리미엄 단가, 녹색 입찰 수주
수소 전해(PEM/ALK) 6~8 Capex·전력비 모두 높음, 장기 전략용 전력 단가, 이용률 확보 수소·암모니아·P2X 제품 판매
CO₂ 포집·활용(CCUS) 5~7 현재는 높은 Capex, 파일럿 단계 많음 농도·열원, 법·제도 변화 탄소 크레딧, 원료·소재 전환
실무 팁: 처음부터 ‘멋있어 보이는 기술’에 올인하기보다,
① 전기·연료·폐기물 비용 상위 3개를 뽑고, ② TRL 7 이상, 3~5년 회수 가능한지부터 체크해보시면 실패 확률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KPI & 실행 체크리스트: “이번 분기엔 여기까지만”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어떤 업종이든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기본 KPI가 있습니다. 다음 지표들을 월 1회만 꾸준히 추적해도, 투자·도입 판단이 훨씬 쉬워집니다.

핵심 KPI(월간)

  • 에너지 강도 — kWh / 톤(또는 제품 1단위)
  • 열 회수율 — 배기가스·온배수에서 되찾는 비율
  • 회수·재활용률 — 톤당 폐기물 중 가치 회수 비중
  • 톤당 처리단가 — “버리는 데 드는 돈”이 얼마나 줄었는지
  • tCO₂e 절감 — 월간·누적 감축량

투자 전 확인할 것

  • 오프테이크 — 2년 이상 LOI/계약이 있는가
  • 성숙도 — 우리와 비슷한 규모 플랜트 레퍼런스 존재?
  • 민감도 — 전력·원료·가동률이 20% 변해도 사업이 버티는지
  • 보조금 —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성립하는 구조인지

경영진 보고 포맷

복잡한 그래프보다, 다음 네 줄만 매달 비교해도 충분합니다.

Baseline → 이번 달 액션 → 숫자 변화 → 배운 점

거기에 현장 사진 2장을 붙이면, 이야기 힘이 훨씬 커집니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7가지 체크

자주 받는 질문 몇 가지

Q. 기후테크 투자는 그냥 ESG 점수 올리기용 아닌가요?

A. 그렇게 끝나면 가장 아쉽습니다. 사실 제대로 설계된 프로젝트는 에너지·원료 비용 절감 → 규제 리스크 완화 → 신규 매출로 이어지는 재무 프로젝트에 가깝습니다. ESG 점수는 그 결과로 따라오는 보너스에 가깝고요.

Q. 열분해와 기계 재활용, 하나만 선택해야 하나요?

A. 둘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서로 빈칸을 채워주는 관계에 가깝습니다. 이론상 등급이 잘 나오는 스트림은 기계 재활용으로 가는 것이 단가·품질 측면에서 유리하고, 필름·다층·오염도가 높은 스트림은 열분해 같은 화학적 전환으로 출구를 만드는 방식이 전체 회수율을 올리는 데 효과적입니다.

Q. 배터리 저장용량은 몇 시간짜리가 적당할까요?

A. “정답”은 없고, 부하 패턴·요금제·태양광 유무를 같이 봐야 합니다. 피크 절감·자가소비 확대 목적이라면 보통 1~2시간급이 많이 쓰이고, 전력 시장 참여나 장주기용으로는 4시간 이상도 검토하지만, 그만큼 투자비와 리스크가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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