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기: 한 달 제로플라스틱 도전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예전까지 플라스틱을 “그냥 일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생수병, 배달 용기, 비닐봉지, 컵 뚜껑… 너무 당연해서 문제의식조차 없었죠. 그러다 어느 날 뉴스에서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다시 식탁으로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왠지 밥 맛이 살짝 떨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 해봤습니다. “한 달만, 플라스틱을 최대한 안 쓰고 살아보면 어떨까?” 완벽한 0% 제로플라스틱이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면서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여보기” 라는 현실적인 목표로요. 이 글은 그 한 달 도전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준비물, 주차별 계획, 자주 실패한 포인트, 그래도 계속 가게 해준 팁까지 한 번에 묶어볼게요.

도전 전에 준비해둔 것들 (체크리스트)

아무 준비 없이 “오늘부터 무조건 플라스틱 금지!” 했다가 첫날 저녁에 바로 포기하기 딱 좋습니다 😂 그래서 저는 미리 “기본 장비”를 하나씩 갖춰두고 시작했어요.

  • 휴대 키트
    텀블러 1개, 접이식 에코백 2개, 스테인리스 수저·젓가락·빨대 세트, 손수건 1~2장
  • 보관 용기
    유리 밀폐용기 4~6개, 실리콘 지퍼백 3개 정도, 남은 음식용 밀랍 랩
  • 쇼핑 루트 파악
    집 근처 벌크샵/리필 스테이션 위치, 전통시장/로컬 마켓 요일 체크
  • 기록 도구
    일주일 동안 나온 플라스틱 포장들을 적어둘 노트나 메모 앱 하나

완벽하게 다 갖출 필요는 없고, 있는 것부터 쓰면서 “부족한 부분만 하나씩 채운다”는 느낌으로 준비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요.

1주차: 플라스틱 ‘현실 직시’ & 쉬운 것부터 치환하기

첫 주 목표는 “줄이기”보다 “파악하기”에 더 가까웠어요. 내가 얼마나, 어떤 종류의 플라스틱을 쓰고 있는지 모르면 줄이기도 어렵거든요.

1주차 미션

  • 일주일 동안 나온 포장재를 종류별로 모아보기 (식품 포장, 배달, 욕실, 주방, 잡화 등)
  • 영수증과 같이 놓고 카테고리별로 얼마나 쓰고 있는지 체크

이 과정만 해도 꽤 충격입니다. “와… 내가 이렇게 많이 쓰고 있었구나”를 눈으로 보게 되니까요.

1주차에 바로 바꿔 본 것들

  • 생수병 → 정수기/정수 필터 + 텀블러
  • 일회용 컵 → 집·회사에서는 개인컵, 카페에선 텀블러
  • 비닐봉지 → 에코백, 장바구니
  • 배달앱 → 기본 옵션: 일회용 수저·포장 최소화로 설정

첫 주에는 “줄였다”는 성취감보다,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는 느낌에 더 가까웠어요.

2주차: 주방과 장보기 패턴 갈아엎기

플라스틱의 절반은 주방과 장보기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2주차는 아예 이쪽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장보기 루틴을 바꾸기

  • 장보기 전에 반드시 리스트 작성
  • 가능한 한 포장이 적은 제품 위주로 선택
  • 채소·과일은 망사백에 담고, 비닐은 최대한 사용 X
  • 곡물·견과는 벌크샵/리필 스테이션에서 필요한 만큼만 구매

보관 방식도 같이 전환

  • 남은 반찬·식재료 → 유리 밀폐용기로 통일
  • 랩 대신 밀랍 랩이나 접시 덮기 활용
  • 지퍼백 대신 실리콘 지퍼백에 냉동 보관

배달은 완전히 끊진 못했지만, 규칙을 하나 정했어요.

  • “배달은 주 1회 이하, 나머지는 직접 장보기”
  • 가능하면 포장재 회수·재사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위주로 선택

2주차까지 지나고 나니, 주방 쓰레기통에 쌓이는 비닐·트레이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게 보였습니다.

3주차: 욕실·세탁·청소 영역 덜어내기

3주차는 욕실·세탁·청소용 플라스틱에 집중했어요. 샴푸, 린스, 바디워시, 세제, 섬유유연제… 전부 플라스틱 통이죠.

  • 액상 제품 → 고체바로 전환
    샴푸바, 설거지바, 고체 비누로 하나씩 교체 (샴푸바는 두피 타입에 맞는 제품 찾는 게 중요!)
  • 칫솔 → 대나무 칫솔
    손잡이는 생분해 가능, 브러시만 따로 잘라 배출
  • 세제 → 농축/리필형으로 변경
    리필 스테이션이나 대용량 리필 제품 사용
  • 면도기 → 교체형 면도기
    손잡이는 오래 쓰고, 날만 교체해서 플라스틱 배출 최소화

또 하나 신경 쓴 건 잡화의 내구성이었어요.

  • 쉽게 부러지는 저가 옷걸이 → 튼튼한 옷걸이로 교체
  • 빨래망, 청소도구 등은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선택

“플라스틱을 안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주 안 갈아치워도 되는 것”을 고르는 게 훨씬 더 지속 가능하다는 걸 느낀 주차였습니다.

4주차: 외식·여가·이동까지 확장하기

마지막 주는 조금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집 밖에서 나도 모르게 쓰게 되는 플라스틱들을 줄여보는 주였어요.

  • 카페·식당에서는 매장 취식 우선 → 테이크아웃이 필요할 땐 텀블러나 개인 용기 사용
  • 이동 중 간식은 대용량에서 소분해서 들고 다니기
  • 선물·이벤트 포장은 종이·천 포장으로 전환
  • 놀이공원, 행사장에서는 일회용품 수거·재활용까지 책임지는 태도

혼자만 조용히 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SNS에 #제로플라스틱30 같은 태그를 달고 도전 과정을 기록해봤어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공적으로 선언해버리면 내가 중간에 포기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일종의 자기 압박용 장치 느낌이랄까요 😅

자주 실패했던 포인트 & 그때 쓴 대안들

  • 배달의 유혹에 무너질 때
    → 최소한 “일회용 수저·물티슈 받지 않기”는 유지 → 가능하면 한 번 주문할 때 여러 끼를 함께 준비해서 용기 사용을 줄이기
  • 집 근처에 리필샵이 없을 때
    → 온라인 리필 배송 서비스 이용 → 세제·샴푸 등은 대용량 구매 후 가족·친구와 나눠 쓰기
  • 회식·행사 같은 사회적 상황
    → 일회용품 사용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면, 내가 쓴 것만큼은 직접 수거해서 씻고 재활용까지 책임지기
  • 친환경 제품 가격이 부담될 때
    → “지금 가격”이 아니라 수명·내구성·재구매 횟수까지 포함한 총소유비용으로 비교

중간중간 흔들리는 건 당연했고, 저는 그냥 “다음 선택 때 다시 플라스틱을 한 번 더 떠올려보자” 정도로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한 달 도전, 숫자로 확인해 본 변화

막연한 느낌 대신, 조금이라도 측정 가능한 지표를 남겨봤어요.

  • 주간 플라스틱 포장 배출량 – 일주일 동안 버린 플라스틱 포장 부피(리터 단위로 대략 측정)
  • 배달 이용 횟수 – 도전 전과 비교해서 몇 번 줄었는지 체크
  • 일회용 컵 사용 횟수 – 카페·편의점에서 종이/플라스틱 컵을 받은 횟수 기록
  • 리필/벌크 구매 비중 – 이번 달 장보기 중 몇 % 정도가 리필/벌크였는지 감 잡기
  • 재사용 용기 사용일수 – “오늘도 텀블러, 오늘도 에코백”을 체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숫자로 정리해보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잘했네?” 또는 “생각보다 별로 못 줄였구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다음 달에 뭘 더 바꿀지 정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도전 이후, 습관으로 굳히기 위한 자동화

한 달 도전을 끝내고 나서 제일 크게 느낀 건, “사실 중요한 건 이벤트보다 루틴이다”라는 거였어요.

제가 실제로 해본 자동화 몇 가지

  • 장보기 템플릿 만들기 – 벌크로 살 품목, 로컬 마켓에서 살 품목을 미리 리스트화
  • 외출 키트 상시 비치 – 현관 옆에 에코백 + 텀블러 + 수저 세트 바스켓 마련
  • 배달앱 옵션 고정 – 일회용품 받지 않기, 최소 포장을 기본값으로 저장
  • 분기마다 용기·키트 점검 – 깨진 유리 용기는 버리고, 실리콘·밀랍 랩은 다시 재정비

이렇게 해두니까 “오늘은 챙길까 말까”를 고민할 일이 줄어들고, 그냥 기본값(default)이 바뀐 느낌이 들었어요.

도움이 되었던 제품 & 서비스 유형 (예시)

  • 실리콘 지퍼백 & 유리 밀폐용기
    – 냉장·냉동·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하고 구매
  • 샴푸바·설거지바
    – 받침대와 함께 쓰면 물이 잘 빠져서 훨씬 오래 쓰고, 물러붙지도 않아요.
  • 리필 스테이션·무포장 마켓
    – 세제, 곡물, 견과류, 건조식품 등을 필요한 만큼만 담아오는 시스템

특정 브랜드에 목매달 필요는 없고, 우리 동네에서 접근 가능한 곳, 내가 유지할 수 있는 가격대를 기준으로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찾는 게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마무리: 완벽함보다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한 달 제로플라스틱 도전을 해본 느낌은 이거였어요.

“아, 이건 성과를 내는 프로젝트라기보다, 내 일상의 방향을 조금 돌려놓는 작업이구나.”

도전하는 동안에도 여러 번 실패했고,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쓸 수밖에 없는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분명 달라진 건, “플라스틱을 쓰더라도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된 나 자신”이었어요.

제로플라스틱은 한 번에 완성되는 목표가 아니라, 줄이고, 바꾸고, 다시 시도하는 긴 호흡의 과정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가방에 에코백 하나를 더 넣는 것,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한 번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과정 위에 올라탄 거라고 믿어요.

이 글을 다 읽었다면, 이번 달 안에 “나만의 제로플라스틱 1주 도전”부터 가볍게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한 주가, 언젠가 당신만의 한 달 도전기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


제로웨이스트 시리즈

이전 글: 6편 제로웨이스트 육아 다음 글: 8편 제로웨이스트 여행법

오른쪽 마우스 클릭방지

텍스트 선택 비활성화

신고하기

물 발자국과 물 스트레스

먹거리의 트릴레마 — 탄소·물·토지 사이에서 최적의 식단과 공급망

LCA로 본 일상 선택의 실제 영향 — 경계·기능 단위·민감도 분석

이미지alt태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