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육아법: 아이와 함께하는 친환경 생활

아이 키우는 집은, 정말 별것도 안 한 것 같은데 쓰레기봉투가 금방 꽉 차죠. 일회용 기저귀, 물티슈, 과자 포장지, 장난감 박스…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넘기게 되지만, 막상 보면 마음이 조금 찜찜해지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육아”가 아니라 “우리 집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줄여보자”는 마음으로 하나씩 바꿔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그 경험을 섞어서, 아이와 함께 해볼 수 있는 현실적인 친환경 육아 습관들을 정리해볼게요.

1. 기저귀, ‘무조건 천기저귀’ 말고 우리 집 버전 찾기

쓰레기를 줄이겠다고 마음먹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기저귀죠. 일회용 기저귀 봉투를 버릴 때마다 살짝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요.

천기저귀는 분명히 쓰레기 감소 효과가 큰 선택이지만, 24시간 풀타임으로 천기저귀만 쓰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 집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 낮에는 천기저귀, 밤에는 일회용
  • 집에서는 천기저귀, 외출·장거리 이동 때는 일회용

이렇게만 해도 일회용 사용량이 확 줄어요. 천기저귀는 흡수 라이너 + 방수커버 조합으로 쓰면 세탁도 훨씬 수월하고, 외출할 때도 큰 불편함은 없더라고요.

세탁은 보통 이런 루틴으로 돌렸어요.

  • ① 미온수로 가볍게 헹굼(예린스처럼)
  • ② 유아용 세제로 본세탁(너무 뜨거운 물은 피하기)
  • ③ 햇볕에 건조 + 자연 소독

일회용 기저귀를 쓸 때는 무향, 염소 표백 없는 제품 위주로 고르고, 되도록 대용량으로 묶음 구매해서 포장 쓰레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타협했어요. “둘 중 하나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맞는 균형을 찾는 게 핵심인 것 같아요.

2. 물티슈, 줄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

육아하면서 진짜 많이 쓰게 되는 게 물티슈죠. 편한 만큼 쓰레기도 쌓이고, 성분도 신경 쓰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최대한 미지근한 물 + 거즈 타월 조합을 기본으로 쓰고, 물티슈는 “정말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방식으로 바꿔봤어요.

  • 기저귀 갈 땐 작은 대야나 그릇에 물을 받아두고 거즈로 닦기
  • 목욕 후에는 큰 수건 하나로 전신 닦기 루틴 만들기
  • 외출할 땐 소형 물병 + 소수의 물티슈 챙겨서 사용량 줄이기

물티슈를 0으로 만들진 못했지만, “한 팩을 예전보다 훨씬 오래 쓰게 되는 것”만으로도 환경적으로, 비용적으로 꽤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어요.

3. 이유식과 간식, 포장을 줄이는 식탁 만들기

이유식, 간식은 조금만 신경 써도 포장 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영역이에요.

  • 이유식은 대량 조리 후 유리 용기에 소분해서 냉장·냉동
  • 초기에는 실리콘 트레이에 한 번 얼린 뒤, 유리 용기로 옮겨 보관
  • 간식은 벌크 견과, 제철 과일, 무가당 요거트 위주로 고르기

외출용 간식은 일회용 포장과 스틱형 간식 대신, 작은 스테인리스 도시락이나 밀폐 용기에 담아 다니면 아이 먹이기도, 정리하기도 더 편해요.

남은 이유식은 버리지 말고, 야채전, 수프, 볶음밥 같은 “재활용 레시피”로 한 번 더 돌려보면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식비도 아끼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습니다.

4. 장난감: 많이보다 ‘오래’ 즐길 수 있게

아이 장난감은 안 사주기도 어렵고, 사다 보면 금방 쌓이는 대표적인 육아템이에요.

저는 장난감의 기본 전략을 “적게, 좋게, 오래”로 잡았습니다.

  • 대여: 발달 단계별로 금방 지나가는 완구는 장난감 대여 서비스 활용
  • 중고·공유: 이미 누가 잠깐 쓰고 놔둔 장난감을 저렴하게 들이는 방식
  • 목재·튼튼한 소재 위주로 골라 형제·지인에게 물려주기 쉽게

집에서는 “1 in 1 out 규칙”을 만들어봤어요. 새 장난감이 하나 들어오면, 아이와 같이 골라서 하나를 기부·나눔·중고 판매로 내보내는 거죠.

고장 난 장난감은 바로 버리기보다는 수리 키트나 DIY 수리 영상을 찾아 같이 고쳐보는 것도 괜찮아요. 아이 입장에서는 이게 또 하나의 메이킹 놀이가 되기도 합니다.

5. 아이 옷과 육아용품, ‘리유즈 시스템’ 만들기

아이들은 금방 자라서, 옷과 용품의 수명이 엄청 짧게 느껴지죠. 그래서 이쪽은 최대한 “새 것보다 리유즈”를 기본값으로 두는 게 마음 편하더라고요.

  • 옷은 물려받기, 중고, 공유를 적극 활용
  • 기본템은 내구성 좋은 걸로 사서 동생·지인에게 물려줄 수 있게 구성
  • 유모차, 바운서, 아기 의자 등 부피 큰 용품은 대여 → 중고 판매 루트 고민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필요한 옷을 대충 사야지”가 아니라 목록을 먼저 적고 리스트에 맞춰 사는 것만으로도 중복 구매, 충동 구매를 많이 줄일 수 있어요.

세탁할 때는 저자극 세제를 최소한으로 적게 쓰고, 40도 이하의 물에서 충분히 헹궈 잔여 세제를 줄이는 게 아이 피부에도, 환경에도 좋습니다.

6. 외출/나들이용 제로웨이스트 팩 만들기

육아 외출 가방은 이미 짐이 많아서 친환경까지 챙기려면 더 복잡해질 것 같지만, 조금만 세팅해두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저는 대략 이런 “외출 기본 팩”을 만들어뒀습니다.

  • 텀블러 1개 (아이 물 + 부모 음료 겸용)
  • 스테인리스 수저·포크 세트
  • 손수건 2장, 작은 타월 1장
  • 접이식 에코백 1개
  • 소형 쓰레기 파우치 1개 (기저귀·포장지 등 모아서 버리기)

기저귀는 방수 파우치를 따로 준비해 세탁물과 쓰레기를 깔끔하게 분리하면 훨씬 위생적이에요. 카페에서는 텀블러에 미지근한 물을 부탁해 분유 조유나 세정용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7. 아이와 같이 하는, 생활 속 환경 교육

제로웨이스트 육아의 좋은 점은, 이게 단지 부모의 취미가 아니라 아이의 생활 교육이 된다는 거예요.

  • 분리배출 놀이 – “노란색은 플라스틱, 파란색은 캔!” 색 맞추기 게임처럼
  • 장난감 고치기 타임 – 고장 난 장난감을 함께 고쳐보는 메이킹 시간
  • 장보기 게임 – 마트에서 “포장 적은 상품 찾기” 미션 주기

이렇게 “왜 이렇게 고르는지”를 설명해주다 보면, 아이 스스로도 “이건 버리기 아깝다”, “이건 다시 쓸 수 있지 않을까?” 같은 말을 하기 시작해요. 환경 교육은 따로 교재를 사서 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같아요.

8. 친환경도 좋지만, 안전과 위생이 먼저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아무리 친환경이어도 아이의 안전과 위생이 최우선이라는 점이에요.

  • 천기저귀는 충분한 헹굼과 건조가 기본 전제
  • 유리 용기는 실리콘 커버를 씌우거나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두기
  • 감염성 질환, 장염, 고열이 있을 땐 일회용 사용을 늘리고 회복 후 다시 루틴 복귀

친환경은 “안전과 편안함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선택을 조정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오래 갈 수 있으니까요.

9. 시작을 도와줄 미니 체크리스트

당장 다 준비할 필요는 없고, 아래에서 우리 가족에게 맞는 것만 골라봐도 좋아요.

  • 천기저귀 6~8장, 라이너 10~12장, 방수커버 2장
  • 거즈 타월 10장, 손수건 5장, 방수 파우치 2개
  • 유리 이유식 용기 6개, 실리콘 트레이 1개
  • 스테인리스 수저·빨대 세트, 접이식 에코백 1개
  • 장난감 대여/중고 플랫폼 1~2곳 즐겨찾기 등록

10. 한 달에 하나씩만 바꿔보는 전환 로드맵

모든 걸 한 번에 바꾸려고 하면 지치기 쉽습니다. 아래처럼 “한 주에 한 가지”만 바꿔도 충분히 의미 있어요.

  1. 1주차: 물티슈 사용량 기록 → 집에서는 거즈 + 물 병행 시작
  2. 2주차: 이유식·간식 용기 일부를 유리·재사용 용기로 전환
  3. 3주차: 낮 시간대 천기저귀 도입, 세탁 루틴 테스트
  4. 4주차: 장난감·옷은 “대여·중고·물려받기”를 1회 실전 적용

마무리: 완벽보다 오래 가는 루틴이 더 중요해요

제로웨이스트 육아는 “완벽한 엄마·아빠”가 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 가족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지금보다 조금 덜 버리는 방향을 찾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우리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우리가 사는 방식을 닮아갑니다. 오늘 만든 작은 루틴 하나가 내일의 지구와, 우리 아이가 살아갈 환경을 조금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밀어줄 거라고 믿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번 주에는 이 중에서 딱 한 가지만 골라 실천해보세요. 그 한 걸음이 바로, 당신의 제로웨이스트 육아 1일 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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