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포장 시대의 제로웨이스트: 리유저블 전략

야근하고 지친 날, 집에 들어와서 배달앱 켜는 순간만큼 든든한 순간도 잘 없죠. “오늘 저녁은 너로 정했다…” 하고 주문 버튼을 누르면 마음이 살짝 편안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포만감이 가라앉기도 전에 테이블 위에 남는 건 플라스틱 용기, 비닐봉지, 나무젓가락, 소스 봉지… 배달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으니, 마음 한편이 뜨끔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필요한 건 “나는 이제 배달 안 할래!” 같은 극단이 아니라, 현실적인 절충안, 나에게 맞는 리유저블 전략입니다. 앱 설정 몇 가지, 집에 두는 용기 몇 개, 주문 습관을 살짝만 바꿔도 쓰레기양이 확 줄어드는 걸 눈으로 보게 될 거예요.

오늘은 죄책감 대신 “그래도 이번엔 잘했다”라는 안도감이 남는 배달·포장 제로웨이스트 루틴을 함께 만들어볼게요.

앱 기본 설정으로 절반은 해결

배달을 덜 시키면 제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그렇다면 적어도, 시킬 때마다 기본값을 우리 쪽으로 조금 당겨놓는 겁니다.

  • ① ‘일회용품 받지 않기’ 상시 ON
    대부분의 배달앱에는 젓가락·포크·물티슈 받지 않기 설정이 있습니다. 주문할 때마다 체크하는 게 아니라, 아예 내 계정 기본값으로 설정해 두세요. 집에 수저 있고, 휴지도 있고, 물티슈 대신 행주·손수건도 있잖아요.
  • ② ‘가까운 매장 · 묶음 배송’ 선호
    같은 메뉴라도 집에서 가까운 매장을 선택하면 배달 이동 거리, 포장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줄어듭니다. 친구·가족과 함께 주문해서 묶음 배송으로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 ③ 리유저블 용기 매장은 즐겨찾기
    지역마다 재사용 용기(리유저블)를 제공하는 매장이 하나둘 생기고 있습니다. 한 번 이용해 보고 괜찮았다면, 바로 즐겨찾기 저장. “어디였지?” 찾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자주 쓰게 됩니다.

앱 설정 한 번 해두면, 그 다음부터는 매 주문이 조금씩 더 가벼워지는 구조가 돼요. 진짜 일은 한 번만 해두고, 효과는 계속 쌓이게 만드는 거죠.

개인 용기 · 리유저블: 말 한마디가 열어주는 가능성

포장 주문을 하면서 “혹시 개인 용기에 담아주실 수 있을까요?” 이 말 한마디를 해본 적 있으신가요? 생각보다 “네, 갖고 오시면 담아드릴게요”라고 답해 주는 곳이 꽤 많습니다.

개인 용기 활용 팁

  • 국·찌개류 → 유리 밀폐용기 또는 깊은 스테인리스 용기
  • 면·덮밥류 → 넓고 납작한 밀폐용기
  • 튀김·마른 반찬 → 유리 또는 스테인리스 도시락통

용기는 방수 파우치나 에코백에 넣어 들고 가면 새거나 냄새 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요. 단골 가게가 있다면, 미리 한 번 이야기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지역에 리유저블 용기 대여 서비스가 있다면 꼭 한 번 써보세요. 앱이나 QR로 용기를 빌려 쓰고, 가까운 회수 지점에 반납하면 세척·순환 시스템까지 알아서 돌아갑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쓰레기 봉투를 안 버리는 것”뿐이라, 진짜 편리함과 제로웨이스트가 동시에 오는 구조예요.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당연하지만 “덜 남기는 것”입니다. 메뉴 선택과 주문 방식만 살짝 바꿔도 포장재 수가 함께 줄어들어요.

  • 한 그릇 완결 메뉴 고르기
    덮밥, 비빔밥, 파스타, 볶음밥처럼 그릇 하나에 모든 게 담기는 메뉴는 소스·반찬·국물용 추가 용기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 공동 주문으로 포장 수 줄이기
    가족, 이웃, 룸메이트와 함께 주문해 한 배달에 여러 사람의 식사를 묶어서 받으면 배달비도 나누고, 포장 쓰레기도 같이 줄일 수 있어요.
  • “눈이 배부른 날”에는 소·보통 선택
    배고프면 ‘대자’ 버튼에 손이 먼저 가지만, 남기는 양을 한 번 떠올려보고 소 · 보통으로 낮춰보는 것도 습관입니다.

“먹고 남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딱 맛있게 다 먹을 양”을 주문하는 것, 이게 배달 시대 최고의 제로웨이스트 전략이기도 해요.

남은 음식, 그냥 버리기 아까운 두 번째 맛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 음식을 한 끼에 완벽하게 맞춰 먹기란 거의 불가능하죠. 중요한 건 여기서 바로 “쓰레기냐, 재료냐”로 갈린다는 점입니다.

남은 음식 활용 루틴

  • 식사 직후, 식탁에서 바로 유리 밀폐용기에 옮겨 담기 – “나중에 옮겨야지” 했다가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 밥은 주먹밥·볶음밥으로 재탄생
    – 불기 전에 냉장/냉동했다가, 다음 끼니에 새로운 메뉴로 활용
  • 고기 · 튀김류는 채소와 비빔/샐러드로 변신
    – 양상추나 채소를 더해 랩 샌드위치, 비빔 접시로 재구성
  • 소스는 작은 소스통에 따로 담아 – 다음 날 볶음, 비빔, 찍어 먹는 용도로 재활용

“아깝다, 버리기 싫다”에서 끝나지 말고, 애초에 “이건 내일의 반찬 재료”라고 생각하고 옮겨 담으면 냉장고 안 풍경도, 쓰레기통 안 풍경도 함께 달라집니다.

배출과 분리: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정리하기

배달 포장재는 “어떻게 버리느냐”에 따라 재활용도 되고, 그냥 쓰레기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 용기 헹구기
    음식물만 최대한 긁어내고, 기름이 심하게 묻은 부분만 살짝 문질러 헹군 뒤 물기를 빼 주세요. 완전 새것처럼 만들 필요는 없지만, “이 상태로는 도저히 재활용이 안 되겠다” 싶은 정도만 피하면 됩니다.
  • 기름 범벅 비닐은 과감히 일반쓰레기로
    라면 봉지, 치즈·햄 포장, 소스 잔뜩 묻은 비닐은 현실적으로 재활용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럴 땐 종량제 봉투로 보내는 게 맞아요.
  • 배달백 · 쇼핑백 재사용
    상태가 좋은 배달백은 장 보러 나갈 때 임시 장바구니로 쓰거나, 재활용 모아두는 용도로 한 번 더 활용해 보세요.
  • 얼음팩은 수거처 확인 후 재사용
    물만 들어 있는 얼음팩은 뜨거운 물에 녹여 하수구에 버리고 비닐은 분리배출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사용 수거함을 운영하는 마트·마트 코너도 있으니 한 번 찾아보면 좋아요.

마무리: 완벽 대신, 꾸준히 조금 더 나은 선택

솔직히 말해서, 모든 배달을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는 없을 거예요. 어떤 날은 텀블러도 못 챙기고, 일회용 젓가락을 쓰게 되는 날도 분명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평균을 어디에 맞추느냐”예요.

  • 앱 설정 한 번 바꾸기
  • 리유저블 용기나 개인 용기 한두 개 준비하기
  • 남은 음식은 재료라고 생각하고 한 번 더 활용해 보기

이 세 가지만 꾸준히 해도, 한 달 뒤 배달을 시킨 뒤 테이블에 남는 쓰레기양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걸 느끼실 겁니다.

오늘의 배달이 단지 “배고픔을 해결한 기록”이 아니라, 조금 더 현명하게 소비한 하루의 흔적으로 남기를. 당신의 포만감도, 지구의 숨도 조금 덜 부담스러웠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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