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자마자 찾게 되는 한 잔의 커피, 하루를 마무리하며 손에 꼭 쥐게 되는 따뜻한 차 한 잔. 우리의 하루는 생각보다 자주, 음료와 함께 시작되고 끝납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내가 마신 이 한 잔이, 지구에 남기는 건 얼마나 될까?” 캡슐, 일회용 컵, 티백, 플라스틱 병…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홈카페도 금방 쓰레기장이 되어버리죠.
다행히, 맛을 포기하지 않고도 우리 집 커피·차 루틴을 꽤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은 취향은 그대로 지키면서, 쓰레기는 가볍게 줄이는 홈카페 제로웨이스트 루틴을 같이 정리해볼게요.
원두·차 잎, 신선하게 오래 보관하는 법
좋은 커피와 차의 출발점은 결국 재료입니다. 아무리 좋은 도구를 써도, 원두와 찻잎이 산화돼 버리면 맛이 무너져요.
원두와 찻잎의 가장 큰 적은 공기·빛·습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보관하는 걸 추천해요.
- 밀폐 유리 용기 사용
– 반투명보다 불투명 또는 진한 색 용기가 더 좋고,
– 입구가 넓어야 리필·세척이 편합니다. - 어두운 찬장에 보관
– 주방 창가, 전자레인지 위처럼 열·빛이 강한 곳은 피하기 - 소용량 · 자주 구매
– 한 번에 많이 사 두기보다, 2주~한 달 사이에 먹을 양만 조금씩 구매하기
가능하다면, 일회용 질소 포장 제품 대신 동네 로스터리 카페나 전통 찻집에서 내가 가져간 유리병에 리필을 부탁해 보세요. 요즘은 리필 손님에게 스탬프를 찍어주거나, 소소한 할인 혜택을 주는 곳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구 선택: 종이 없이, 향은 더 풍부하게
커피·차 도구에서도 제로웨이스트는 어렵지 않아요. 핵심은 “1회용 필터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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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필터
드립 커피를 좋아한다면 스테인리스 메쉬 필터를 한 번 써보세요. 종이 필터 없이도 깔끔하면서도 바디감 있는 맛을 즐길 수 있고, 사용 후에는 물로 헹구고 말리기만 하면 끝이라 관리도 간단합니다. -
프렌치프레스
구조가 단순해서 고장 날 것도 거의 없고, 분해해서 씻기에도 편합니다. 굵게 분쇄한 원두와 잘 어울리고,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분께 딱이에요. -
차망 · 거름망 티포트
티백 대신 잎차를 쓰면 쓰레기는 줄고, 향은 훨씬 풍부해집니다. 내장 차망이 있는 유리 포트나, 스테인리스 인퓨저를 하나 구비해두면 녹차, 홍차, 허브티까지 한 기구로 다 해결할 수 있어요.
종이 필터와 티백 사용량이 줄어들수록, “아, 내가 오늘도 쓰레기를 조금 덜 만들었구나” 하는 은근한 뿌듯함이 홈카페 시간에 함께 따라옵니다.
커피박 · 찻잎의 두 번째 삶
한 번 우려낸 커피박과 찻잎,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시키기엔 조금 아깝지 않나요?
커피박 재활용 팁
- 넓은 쟁반이나 종이 위에 얇게 펼쳐 하루 정도 말리기
- 완전히 마르면 작은 면주머니나 천 주머니에 담아 신발장 · 옷장 · 냉장고 탈취제로 사용
- 화분 흙 위에 아주 소량만 뿌려 질소 비료처럼 쓰기 (과다 사용은 오히려 해가 되니, 티스푼 단위로만 살짝)
찻잎 재활용 팁
- 찻잎도 한 번 사용 후 말려서 싱크대, 냉장고 냄새 제거에 활용
- 거친 찻잎은 행주 세탁 전 가볍게 문질러 기름때 제거 보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핵심은 둘 다 “충분히 말리기”예요. 축축한 상태로 두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하루 정도 볕이 드는 곳에서 완전히 말려서 사용하는 걸 추천합니다.
우유 · 시럽: 낭비 없이 맛있게 쓰는 법
라떼, 플랫화이트, 밀크티, 시럽 들어간 아이스커피까지… 커피·차 생활에서 우유와 시럽도 중요한 조연이죠. 이것들도 조금만 신경 쓰면 낭비 없이, 플라스틱 덜 쓰면서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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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는 소분 유리병에
큰 우유병을 그대로 냉장고에 두기보다, 자주 마시는 양만 작은 유리병에 옮겨 담아 쓰면 열었다 닫는 횟수가 줄어들어 신선도가 좋아지고, 유통기한도 더 잘 챙길 수 있어요. -
시럽은 직접 만들거나 리필하기
시럽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설탕 + 물 + 원하는 재료(바닐라빈, 시나몬, 과일 등)만 있으면 끝. 한 번 끓여서 유리병에 담고, 겉에 제조 날짜 라벨만 붙여두면 버리기 전에 다 쓰기 쉬워요. -
리필 가능한 유리병 사용
시럽이나 원액 음료를 사야 한다면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병 제품을 고르고, 나중에는 그 병에 직접 만든 시럽을 다시 리필해 쓰는 루틴으로 전환해 보세요.
외출과 홈카페를 잇는 작은 다리
집에서만 제로웨이스트를 열심히 하고, 밖에 나가서는 일회용 컵을 계속 쓴다면 좀 아쉽겠죠. 그래서 저는 집과 밖을 이어주는 “나가기 키트”를 하나 만들어 두는 걸 추천합니다.
- 현관 옆에 텀블러 · 접이식 컵 · 휴대용 빨대를 담은 파우치 걸어두기
- 외출 전 지갑·핸드폰과 함께 “나가기 키트”도 자동으로 챙기는 루틴 만들기
- 출근길에는 집에서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나가고, 카페에서는 “이 컵에 담아 주세요” 한마디 건네보기
이렇게만 해도 하루에 쓰는 일회용 컵 1~3개는 금방 줄어듭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텀블러 안 가져온 날이 더 어색한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마무리: 취향은 그대로, 발자국은 가볍게
제로웨이스트라고 해서 좋아하는 카페를 끊거나, 원두나 차를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신경 써서 고르고, 잘 보관하고, 오래 쓰는 과정에서 내 취향을 더 섬세하게 알게 되는 느낌이 들어요.
향은 더 오래, 도구는 더 단순하게, 재료는 더 알뜰하게. 그렇게 홈카페 루틴을 한 걸음씩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쓰레기통은 가벼워지고 나만의 커피·차 시간은 더 깊어져 있을 거예요.
오늘도 당신의 한 잔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그 한 잔이, 내 마음뿐 아니라 지구에도 조금은 부드러운 발자국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
제로웨이스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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