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하는 제로웨이스트: 교실·캠퍼스 실전 가이드

학교는 그냥 수업만 듣고 집에 돌아오는 공간이 아니죠. 친구랑 웃고 떠들고, 밥 먹고, 간식 사고, 동아리 하고… 하루를 거의 통째로 보내는 작은 도시 같은 곳입니다.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생기고, 동시에 바꿀 수 있는 여지도 가장 큰 곳이 바로 학교예요. 급식실의 남은 음식, 매점 포장지, 교실의 종이 뭉치, 운동장 행사 때 쓰는 일회용품들까지. 조금만 다르게 선택하면,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과 실제 생활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학생, 교사, 학부모가 같이 시도해볼 수 있는 학교 제로웨이스트 실전 아이디어를 정리해볼게요. 어렵고 부담스러운 운동이 아니라, “우리 학교니까 한 번 해볼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교실 루틴: 작은 변화가 큰 습관이 될 때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 바로 교실입니다. 교실에서의 몇 가지 기본 설정만 바꿔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경험이 쌓여요.

  • 개인 물병 · 텀블러 기본값 만들기
    종이컵 대신 개인 물병이나 텀블러를 가져오는 걸 학급 약속으로 정해보세요. 교실 안, 혹은 복도에 있는 급수대 위치와 사용 시간을 안내해 두면 “물 마시고 싶은데 종이컵이 없어서 못 마셔요” 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 공유 노트 · 루즈리프로 종이 아껴쓰기
    가정통신문, 공지사항, 과제 안내 등 매번 새 공책을 채우기보다는 공유 노트루즈리프로 필요한 페이지만 보관해보세요. 칠판 사진을 찍어 공유하거나, 온라인 학급 노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분리배출 코너 꾸미기
    교실 뒤쪽이나 한 켠에 작은 분리배출 코너를 만들어 보세요. “플라스틱 · 종이 · 일반쓰레기”를 색깔, 그림 아이콘으로 구분하면 저학년 아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반 아이들과 함께 “우리 반이 줄인 쓰레기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고요.

급식 · 매점: 포장 대신 ‘경험’을 남기기

급식실과 매점은 학교 쓰레기의 절반 이상이 나오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기서의 변화는 숫자로 봐도 효과가 크게 나타나요.

1) 급식실 – 잔반 줄이기 챌린지

  • 반별로 한 달 동안 잔반 양을 기록해 클래스 리더보드로 게시
  • 잔반을 많이 줄인 학급에는 환경 관련 체험 활동이나 작은 보상 제공
  • 아이들과 함께 “어떤 메뉴에서 잔반이 많이 나오는지”를 이야기해보고 직접 의견을 급식실에 전달하는 피드백 시간을 만드는 것도 좋아요.

2) 매점 – 포장 줄이는 간식 운영

  • 개별 포장 과자를 줄이고, 대용량 간식 + 다회용 용기로 전환
  • 견과류, 과일칩, 쿠키 등을 유리병이나 큰 통에 담아 종이나 개인 용기에 덜어 가도록 유도
  • 개인 도시락통이나 작은 용기를 가져오면 소소한 할인이나 도장 찍어주기

포장을 줄이는 건 단순히 쓰레기만 줄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뭘 얼마나 먹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고 좋은 계기가 됩니다.

동아리 · 프로젝트: 배우고, 고치고, 나누는 경험

학교에서 제로웨이스트를 가장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은 사실 환경 동아리, 자치회, 프로젝트 수업이에요. ‘이론 공부’보다 “직접 해보기”에 딱 맞는 주제거든요.

  • 수리 데이(Repair Day)
    고장난 장난감, 헐거운 자전거, 부서진 학용품 등을 함께 고쳐보는 날을 만들어 보세요. “고장 = 버리기”가 아니라, “고장 = 고쳐보기”라는 새로운 기본값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 교내 중고마켓
    교복, 체육복, 참고서, 문제집, 악기 등 한 학년만 지나도 안 쓰게 되는 물건들이 정말 많죠. 학기말마다 교내 중고마켓을 열어 필요 없는 물건을 나누고, 필요한 학생이 저렴하게 구입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우리 학교 리필 지도 만들기
    학교 주변의 리필 스테이션, 재활용 수거함, 분리배출 거점을 지도에 표시해 온라인·인쇄물로 공유해 보세요. 동네와 연결되는 프로젝트라 포트폴리오로도 좋고, 지역사회에도 실제 도움이 됩니다.

행사 운영: 현수막보다 기억이 오래 남도록

운동회, 축제, 학예회, 졸업식… 학교 행사는 학생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이때 잠깐 쓰이고 버려지는 현수막, 일회용컵, 홍보물 대신 조금만 다르게 기획해 볼 수 있어요.

  • 재사용 가능한 현수막
    매년 날짜만 다른 현수막을 새로 만들기보다, 학교 이름 + 행사명은 고정하고 날짜는 교체 가능한 판이나 보드로 처리해보세요.
  • 종이 없는 안내
    행사 안내는 QR 코드 · 전광판 · 알림장 앱 등으로 전달하고, 꼭 필요한 인쇄물만 최소한으로 사용합니다.
  • 간식과 음료 운영
    간식은 개별 포장 대신 대용량 + 다회용 용기로, 음료는 일회용컵 대신 개인 물병이나 다회용컵으로 제공하고 회수 · 세척까지 계획에 꼭 포함시켜 주세요.

학부모와의 다리 놓기

학교에서 아무리 잘 해도, 집에서의 루틴이 완전히 다르면 아이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로웨이스트 학교는 자연스럽게 가정과 연결될 때 더 오래가요.

  • 뉴스레터 · 알림장 활용
    학부모 뉴스레터에 분리배출 팁, 주변 리필 상점 · 중고 나눔 정보 등을 함께 실어보세요. “우리 반에서 이런 걸 배우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만으로도 집에서의 대화가 조금 달라집니다.
  • 가정통신문 디지털화
    기본은 전자문서로 발송하고, 종이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재생지 사용을 표준으로 삼기. 부모님이 서명을 해야 할 문서도 가능하면 전자 서명 · 앱 회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아이들의 질문이 미래를 바꿀 때

“선생님, 왜 이건 비닐이고 저건 플라스틱이에요?” “이 컵은 재활용이 돼요, 안 돼요?” 학교에서는 이런 질문 하나에서 수업이 시작되곤 합니다.

제로웨이스트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의 호기심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함께 찾아보고, 실제 행동으로 한 가지씩 바꿔 보는 교실이라면 그곳에서 제로웨이스트는 ‘환경 숙제’가 아니라 그냥 우리 반의 생활 방식이 됩니다.

오늘 교실에서 물병 하나를 꺼내는 일, 오늘 급식 시간에 한 숟갈 덜 떠보는 일, 오늘 친구와 함께 분리배출 구역에 종이컵을 제대로 버려보는 일. 이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내일의 캠퍼스 표준이 됩니다.

여러분 학교의 첫 번째 제로웨이스트 실험,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시작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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