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바로 직장이죠. 집에서는 텀블러도 쓰고, 분리배출도 열심히 하는데 회사만 가면 어느새 종이컵, 배달 용기, 일회용 젓가락이 눈앞에 쌓여버립니다.
그래서 제로웨이스트를 “집에서만 하는 것”으로 두기보다, “내가 가장 오래 있는 공간인 오피스까지 확장해 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에요. 책상 위 머그컵 하나, 회의실에서 종이 한 장 덜 쓰는 습관이 조용히 팀의 표준이 되고, 나중에는 회사의 문화가 되기도 하니까요.
오늘은 개인 → 팀 → 회사 3단계로 나눠서 무리 없이,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오피스 제로웨이스트 루틴을 정리해볼게요.
나의 책상: 일상을 바꾸는 5가지 작은 루틴
거창한 캠페인보다, 사실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할 곳은 바로 내 책상 반경 2m입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들부터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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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텀블러 / 머그컵 상시 비치
회사에서만 하루에 커피·차를 몇 잔씩 마시는지 떠올려 보세요. 그 잔 수만큼 종이컵과 뚜껑이 쓰레기로 쌓입니다. 머그컵이나 텀블러 하나를 “내 컵”으로 정해 상시 비치해 두세요.
서랍 안에 작은 세척 솔 하나 넣어두면 “아, 설거지 귀찮은데…” 하는 마음이 조금 줄어듭니다. -
2) 손수건 · 주방타월 한 장
책상에 커피 살짝 쏟았을 때, 간식 먹고 입가를 닦을 때, 무의식적으로 종이타월을 뽑게 되죠. 이때 손수건 한 장만 옆에 있어도 종이타월 사용이 반으로 줄어드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
3) 개인 식기 세트(수저 · 포크 · 작은 그릇)
회의 간식, 배달점심, 팀 회식 후 남은 음식 포장… 이런 상황에서 일회용 젓가락·포크·접시가 쏟아집니다. 작은 파우치에 수저·포크·빨대·작은 접시 하나만 챙겨두면 웬만한 상황은 “일회용 없이도” 문제 없이 지나갈 수 있어요. -
4) 미니 분리배출함
사무실 쓰레기통에 보면 캔, 페트, 종이컵이 다 섞여 버려지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책상 아래에 작은 캔/페트 전용 미니통을 하나 두고, 집에 가는 길에 분리함에 함께 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
5) 간식 리필병 한 개
회사 간식을 전부 개별 포장으로 사 먹다 보면 포장 쓰레기가 정말 금방 쌓이죠. 책상 위에 견과, 차, 과자 등을 담아둘 유리병을 하나 두고, 대용량 제품을 사서 리필해 쓰면 쓰레기도 줄고, 당 떨어졌을 때도 든든한 “비상식량”이 됩니다 :)
종이 없는 회의, 정말 가능할까?
회의만 끝나면 테이블 위에 프린트물이 수북이 쌓이는 회사, 아마 익숙하실 거예요. 사실 조금만 바꾸면 “거의 종이 없이도 충분히 회의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 공유 문서 우선 – 안건·자료는 공유 드라이브 링크나 협업툴 문서로 공유하기
- 부득이하게 출력할 땐 – 양면 + 흑백을 기본으로, 꼭 필요한 페이지만 출력하기
- 회의실 환경 세팅 – 프로젝터/모니터, 멀티탭, 변환 케이블을 상시 비치해 “각자 출력해서 보자”는 말이 나오지 않게 만들기
- 종이 재활용 박스 – 회의실 출구 쪽에 “종이 모음함”을 두고, 끝난 프린트물은 거기에 모아 다음 회의 메모지로 재활용
처음엔 어색하지만, 몇 번만 반복되면 “우리 팀은 원래 이렇게 해요”라는 새로운 표준이 금방 자리 잡습니다.
택배 · 발송 포장의 작은 혁신
회사로 출근해 보면, 서류보다 먼저 반겨주는 게 박스 더미일 때도 있죠. 입고, 발송, 온라인 주문… 기업 단위에서 오가는 포장재의 양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 입고 박스 재사용 – 들어온 상자를 바로 버리지 말고 상태별(상 · 중 · 하)로 나눠 보관해 재발송에 활용하기
- 완충재 바꾸기 – 비닐·뽁뽁이 대신 종이 완충재, 벌집 종이 등을 기본값으로
- 테이프 줄이기 – ‘ㅁ자 전체 감싸기’ 대신 ㄷ자 테이핑으로 테이프 양 절감 (가운데·양 옆만 붙여도 대부분의 물건은 충분히 안전해요)
- 종이테이프 사용 – 가능하면 종이테이프로 전환해 분리배출이 쉽도록 만들기
- 1장짜리 포장 매뉴얼 – “우리는 이렇게 포장합니다” 요약표를 창고·포장자리 벽에 붙여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포장할 수 있게 하기
팬트리 · 휴게공간, ‘작은 카페’처럼 운영하기
직장인들의 성지, 팬트리와 휴게공간. 이곳만 잘 정리해도 회사 전체의 쓰레기 양이 꽤 줄어듭니다.
- 간식은 개별포장 대신 대용량 + 유리병 소분 – 과자, 견과, 사탕, 티백 등을 유리 용기에 담아두기
- 커피 · 차 리필 체계 – 캡슐·스틱 위주에서, 원두·드립백·벌크 티 위주로 점진 전환
- 친환경 설거지 루틴 – 싱크대에 설거지바(고체 세제), 다회용 수세미 비치 – 주 1회 수세미 삶기·건조를 정해 위생 관리
- 다회용 컵·접시 – 행사 후 일회용컵 산더미 대신, 공용 머그, 접시, 트레이를 충분히 준비해 두기
팬트리를 잘 꾸려두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일회용 대신 이게 기본값”인 문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팀 캠페인: 같이 하면 훨씬 가벼워지는 아이디어
혼자 할 때는 금방 지치기 쉬운 제로웨이스트도, 팀이 같이 하면 생각보다 재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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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제로 데이
주 1일, “오늘은 텀블러/머그만 사용하는 날”로 잡아보기. 참여 인증샷을 올리고, 가장 꾸준한 팀원에게 소소한 리워드(커피 쿠폰, 간식)를 주면 게임처럼 즐기면서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
폐지 · 폐전지 수거함
엘리베이터 앞이나 복도에 폐지·폐전지 수거함을 두고 월 1회 수거량을 공유해보세요. “우리 팀이 한 달에 이만큼 줄였구나”가 눈에 보이면 참여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
수리 데이
느슨해진 의자 나사, 덜컹거리는 서랍, 쿠션 빠진 발 받침대… 버릴까 말까 애매한 것들을 한 번에 손보는 “수리 데이”를 열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소한 수리로 재구매를 막고, 팀 빌딩 효과도 덤으로 따라와요.
회사 차원의 표준 만들기
개인과 팀의 노력이 쌓이면, 이제는 회사 차원의 “공식 규칙”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 구매 가이드 도입
– 인사/총무팀과 함께 “구매 기준표”를 만들기
(재사용 가능, 리필 가능, 보증/수선 가능 제품 우선 구매) - 입사 키트 구성 바꾸기 – 회사 로고가 박힌 머그컵·텀블러를 온보딩 키트에 포함해서 자연스럽게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 행사 운영 기준 – 회사 행사·워크숍 때 다회용 집기 렌탈 사용, 행사 후엔 분리배출 스테이션을 운영해 사진과 함께 기록 남기기
- ESG 스토리로 엮기 – 사내 뉴스레터, 홈페이지, 채용 페이지 등에 이런 실천들을 담아 회사의 자부심으로 소개하기
마무리: 나의 작은 습관이 팀의 표준이 되는 순간
직장에서의 제로웨이스트는 “환경을 위해 무언가 거창한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아니라, 내 일하는 동선을 조금씩 정리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내 책상 위에 머그컵 하나를 올려두고, 다음 주엔 회의 한 번을 “종이 없이” 해보고, 그다음 달에는 팀에서 플라스틱 제로 데이를 시도해 보는 것. 이 작은 시도들이 쌓이면 어느새 “우리 회사는 원래 이렇게 해요”라는 문화가 만들어져 있을 거예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이번 주에는 딱 하나만 골라 실천해보세요.
- 텀블러를 사무실에 아예 두고 쓰기
- 책상 아래에 미니 분리배출통 하나 두기
- 주 1회, 팀원과 플라스틱 제로 데이 정해보기
당신의 작은 습관이 동료에게 전염되고, 팀의 표준이 되고, 회사의 자랑이 되는 날을 조용히 응원합니다 🌿
제로웨이스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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