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크리스마스, 연말 모임이 이어지는 시즌이 오면 택배 상자, 반짝이는 포장지, 일회용 접시와 컵들이 집 안을 가득 채웁니다. 분위기는 좋은데, 막상 모임이 끝나고 나면 쓰레기봉투부터 꽉 차 있는 풍경… 한 번쯤은 아쉬웠던 적 있으실 거예요.
그렇다고 “이제 선물도, 모임도 안 할래!” 할 순 없죠. 우리가 진짜로 줄이고 싶은 건 마음이 아니라 불필요한 쓰레기니까요. 오늘은 정성은 그대로, 쓰레기만 살짝 덜어내는 명절·연말 제로웨이스트 선물·포장·모임 운영 루틴을 정리해봅니다.
1. 선물 전략: 오래 남는 건 마음, 포장은 최소로
“뭘 사야 하지?”보다 먼저 떠올리면 좋은 질문은 이겁니다. “이걸 받는 사람이 실제로 잘 쓸까?”
환경을 생각한 선물은 거창할 필요 없이, 받는 사람의 생활 속으로 슬며시 스며드는 것이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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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형 선물
차, 커피, 꿀, 올리브오일, 수제 잼, 견과류, 좋은 소금·조미료 세트처럼 “먹고 나면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이 부담이 적습니다. -
경험형 선물
공연·전시 티켓, 원데이 클래스, 온라인 강의, 스파 이용권 등 물건 대신 기억과 경험을 선물해 보는 것도 좋아요. -
선정 기준 한 줄
– 리필 가능 / 재활용 포장 / 지역 생산 여부를 한 번만 체크해 보기
– 선물 리스트를 미리 정해 중복 구매·과소비를 줄이기
결국 오래 남는 건 상자 모양이 아니라, “그때 ○○가 이걸 챙겨줬지” 하는 기억이니까요.
2. 포장법: 보자기와 천 주머니의 마법
예쁜 포장지가 잠깐 반짝이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게 늘 아쉬웠다면, 이번엔 “포장 자체가 선물”이 되는 방식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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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포장
사각 보자기 하나면 가로·세로·높이 상관없이 거의 다 포장 가능합니다. 포장을 풀면 그대로 테이블 매트, 스카프, 소품이 되어 받은 사람도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어요. -
천 주머니 · 패브릭 백
스트링 파우치나 작은 에코백에 선물을 넣으면 쇼핑백 대신 “재사용 가능한 가방”을 함께 주는 셈이 됩니다. -
카드와 테이프도 가볍게
– 메시지는 재생지 카드나 손글씨 메모지에 짧게 남기기
– 비닐테이프 대신 종이테이프를 쓰면 나중 분리배출이 훨씬 수월합니다. -
유리병 선물 팁
오일, 잼, 드립커피 등 유리병 선물에는 병목 실리콘 커버나 천으로 한 번 더 감싸 안전성 + 재사용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어요.
3. 상차림: 넉넉함과 과잉 사이, 균형 찾기
명절 상, 연말 파티 음식은 늘 “조금 과하게” 차리게 됩니다. 그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대로 잔반으로 이어지는 건 아쉽죠.
잔반 없는 상차림을 위한 기본 전략
- 모이는 인원, 식성, 알레르기 정보를 미리 파악해 양 조절하기
- 메뉴를 고를 때부터 “다음 날 재활용 가능한 레시피”를 함께 떠올리기
- 각자 그릇에 한 번씩 덜기보다, 중앙에 공유 접시를 두어 남김 줄이기
- 접시·컵은 다회용 렌탈 서비스를 활용하면 집에 보관 부담 없이도 일회용 없이 상차림 가능
예를 들어,
- 전 → 다음 날 볶음밥·덮밥 토핑
- 조림 → 비빔밥, 라면 토핑
- 구이 → 샐러드나 김밥 속 재료로 변신
“오늘 다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니라 “이틀 동안 맛있게 돌려 쓸 수 있는 식재료”라고 생각하면 준비부터 조금 달라집니다.
4. 나눔 시스템: 남은 음식의 두 번째 행복
모임이 끝나고 남은 음식, 누군가는 “버리기 아까운데…” 하면서도 결국 버리게 되고,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챙겨갈 걸” 아쉬워합니다. 이럴 때를 위한 “나눔 시스템”을 미리 만들어두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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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용기 · 밀폐용기 소분
반찬, 전, 구이, 밥 등을 작은 용기에 미리 나눠 담아 “이건 누구 집, 이건 누구 집” 정해두기. -
용기 반환이 부담될 땐
– 종이 용기 + 실리콘 밴드 조합으로 일회용이되 분리·재활용이 쉬운 형태로
– 초대할 때 “빈 도시락통 가져오세요”라고 가볍게 한 줄 적어두기 -
국물·소스 분리
눅눅해지기 쉬운 음식은 국물·소스를 따로 병에 담아 보관하면 다음 끼니에도 맛과 식감이 훨씬 좋게 유지됩니다. -
라벨링으로 안전 챙기기
용기 겉면에 조리일·보관법(냉장/냉동)을 간단히 적어두면 받는 사람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요.
5. 행사 운영: 쓰레기 스테이션과 체크리스트
가족 모임, 연말 파티, 송년회 같은 자리에서는 쓰레기가 어디에, 어떻게 쌓이는지가 보이지 않아서 더 정신없습니다. 이럴 때는 “쓰레기 스테이션”을 먼저 설치해 두는 게 포인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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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배출 스테이션 3곳
입구, 주방 근처, 퇴장로 근처에 재활용/일반/음식물을 나눈 통을 두고 그림·색깔 안내를 붙여두면 “이거 어디 버려요?” 질문이 줄어듭니다. -
현수막·배너는 재사용 기반으로
행사명과 학교/단체명은 고정하고, 날짜만 탈부착 가능한 판으로 만들어 매년 재사용할 수 있게 설계해보세요. 포토존은 종이 배너 대신 천 백드롭을 활용해도 예쁘게 나오고요. -
선물 교환 룰 정하기
– 캡슐 워드로브(무난한 기본템), 소모품, 경험형 선물만 허용
– 중고·업사이클 아이템 OK 같은 룰을 미리 정하면 불필요한 굿즈나 장난감이 넘쳐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
음료 운영
1회용 페트병 여러 개 대신 대용량 음료 서버 + 머그컵/유리컵 세팅을 기본으로. 빨대는 “요청 시 제공”으로 바꾸면 쓰레기양이 눈에 띄게 줄어요.
6. 아이들과 함께하는 친환경 놀이
명절·연말 모임에 아이들이 있다면, 이 시기만큼 환경 교육을 자연스럽게 녹이기 좋은 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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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 공예 시간
버려질 신문지를 활용해 모자, 가랜드, 꽃, 종이 가방 등을 만들어 보는 놀이. “포장지는 새로 사는 게 아니어도 된다”는 걸 몸으로 배우게 됩니다. -
업사이클 랜턴 만들기
빈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작은 조명을 넣어 나만의 랜턴·무드등을 만드는 활동. 모임 장소를 장식하는 데도 쓸 수 있어요. -
제로웨이스트 챔피언 배지
– 가장 열심히 분리배출한 사람
– 일회용품을 가장 적게 쓴 사람
– 남은 음식을 예쁘게 포장해 간 사람 등에게 “오늘의 제로웨이스트 챔피언” 배지를 수여하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슬며시 참여하게 됩니다.
7. 모임 후 루틴: 다음 모임을 더 가볍게 만드는 10분
행사가 끝난 뒤, 모두 지쳐서 뻗고 싶은 마음 200% 이해합니다. 그래도 딱 10분만 투자하면 다음 모임이 훨씬 가벼워져요.
- 남은 용기·도구 상태 체크 – 깨진 컵, 낡은 수저 등은 분리하고, 부족한 품목은 “다음 모임 준비 리스트”에 미리 메모
- 재고 식품 3일 플랜 – 냉장 보관 음식은 3일 내 소진할 메뉴 계획 세우기
- 장기 보관은 냉동 소분 – 바로 먹기 힘든 것은 소분 후 냉동 칸으로
- 레시피 공유 – 나눔 받은 음식에 대한 후기와 레시피를 단톡방이나 메시지로 공유해 음식의 생명을 한 번 더 이어가기
마무리: 마음은 풍성하게, 쓰레기는 가볍게
결국 명절과 연말은 사람의 시간입니다. 포장지보다 눈맞춤이, 일회용 컵보다 오래 쓰는 잔이, 과잉의 상차림보다 적당히 배부른 식탁이 기억에 더 오래 남아요.
올해 모임에는 전부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단 한 가지라도 작은 실험을 더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선물 하나를 경험형으로 바꾸기
- 포장지만 보자기로 바꿔보기
- 모임에 분리배출 스테이션 한 곳 세워보기
마음은 더 풍성하게, 쓰레기는 조금 더 가볍게. 그렇게 보내는 명절과 연말이 우리에게도, 지구에게도 더 따뜻한 계절이 되길 바랍니다 🎁🌏
제로웨이스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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