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청소법: 친환경 세제와 도구, 집안 루틴

청소는 집이 숨을 깊게 들이쉬는 시간 같아요. 바닥을 닦고, 싱크대를 비우고 나면 집뿐 아니라 내 머릿속까지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 한 번쯤 느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자주 쓰는 세제와 도구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화학 성분은 복잡하고, 플라스틱 용기는 금세 쓰레기가 됩니다. “깨끗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지구에게는 괜찮을까?” 이런 고민이 살짝 올라올 때가 있죠.

사실 청소는 복잡하게 할수록 피곤해지고, 단순할수록 오래 갑니다. 오늘은 성분은 단순하게, 도구는 오래가게, 루틴은 가볍게 만드는 제로웨이스트 청소법을 정리해볼게요. 반짝반짝 광내는 집보다 중요한 건, 어제보다 덜 버리는 루틴입니다.

1. 친환경 세제 3종: 단순함이 답이다

집 안 청소, 사실 이 세 가지만 있어도 웬만한 곳은 다 커버됩니다.

  • 베이킹소다
    – 약알칼리성이라 기름때, 냄새 제거에 강해요.
    – 싱크대, 가스레인지, 후드, 배수구, 신발장 탈취까지 거의 만능.
    – 물에 개어 ‘페이스트’처럼 쓰면 찌든 때에도 잘 붙어 있어 효과적입니다.
  • 구연산
    – 산성이라 물때, 석회질 제거에 탁월합니다.
    – 욕실 타일, 샤워부스 유리, 수전, 전기포트 내부 청소에 좋아요.
    – 섬유유연제 대신 사용하면 세탁조 냄새·석회도 함께 관리할 수 있습니다.
  • 비누칩 / 주방 고체비누
    – 합성 계면활성제 대신, 비교적 성분이 단순한 세정제 역할.
    – 따뜻한 물에 풀어 다목적 비누용액으로 만들면 주방, 바닥, 문손잡이, 가전 외부까지 폭넓게 쓸 수 있어요.

집에 굴러다니는 스프레이 병을 재사용해서 베이킹소다 스프레이, 구연산 스프레이, 비누용액을 만들어 두고 라벨에 농도와 용도를 적어두면 헷갈리지 않고, “새 제품 또 사야 하나?” 하는 일도 줄어듭니다.

2. 주방 루틴: 기름과 수분의 전쟁, 심플하게 끝내기

집안에서 가장 빨리 더러워지고, 가장 자주 치워야 하는 곳이 바로 주방이죠. 기름과 물, 음식물 찌꺼기가 한 곳에 모이는 공간이니까요.

① 설거지, 이제는 설거지바로

  • 액체세제 대신 주방 고체비누(설거지바)를 한 번 써보세요.
  • 거품망이나 수세미에 문질러 쓰면 세정력도 충분하고, 플라스틱 용기가 싹 사라집니다.
  • 설거지바는 물이 잘 빠지는 받침 위에 올려두어 항상 마른 상태를 유지하는 게 포인트예요.

② 싱크대 & 배수구 관리

  • 싱크대 상판과 벽면은 베이킹소다 + 물로 만든 페이스트를 부드러운 스펀지에 묻혀 문지른 뒤 미온수로 헹궈 주세요.
  • 배수구 냄새가 올라올 땐:
    1) 베이킹소다 한 줌
    2) 구연산 한 스푼
    3) 위에 뜨거운 물을 부어 ‘폭포수 청소’를 해줍니다.
    거품이 올라왔다가 사그라들면서 냄새와 찌꺼기가 많이 줄어들어요.

③ 행주 · 도마 위생 루틴

  • 행주·수세미는 주 1회 삶기 + 완전 건조를 기본으로.
  • 도마는 사용 후 비누로 한 번 닦고, 주 1회는 베이킹소다를 뿌려 문지른 뒤 뜨거운 물로 헹궈 주세요.
  • 나무 도마는 햇볕 아래 완전히 말려야 곰팡이와 냄새를 막을 수 있습니다.

3. 욕실 루틴: 물때는 바로, 곰팡이는 미리 차단

욕실은 “한 번 미루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 되는 공간” 1위죠. 그래서 자주, 가볍게 관리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① 샤워 후 30초 루틴: 스퀴지 한 번

  • 샤워가 끝나고 나갈 때, 샤워부스 유리와 타일을 스퀴지로 한 번만 쓸어주세요.
  • 이 30초 습관만으로도 물때·비누자국이 쌓일 틈이 확 줄어듭니다.

② 구연산 스프레이로 물때 정리

  • 구연산 1스푼 + 물 500ml를 스프레이 병에 만들어 샤워부스, 수전, 샤워기 헤드에 뿌려 5분 정도 두었다가 부드러운 스펀지로 문질러 헹궈주세요.
  • 유리나 스테인리스 표면의 하얀 물자국에 특히 효과적이에요.

③ 곰팡이는 ‘나오기 전에’ 잡기

  • 욕실 사용 후에는 가능하면 문을 열어두거나, 환풍기를 10~20분 더 돌리기.
  • 실리콘 틈, 샤워 커튼, 욕실 매트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햇볕이나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말려 주세요.
  • 변기·세면대는 비누용액으로 닦은 뒤, 마른 수건으로 한 번 더 닦아주면 광택 + 물얼룩 방지 효과까지 있습니다.

4. 거실·방: 먼지 → 물청소의 순서만 지켜도 반은 성공

거실과 방은 눈에 보이는 찌든 때보다, 날마다 쌓이는 먼지 관리가 핵심이에요.

① 먼지는 마른 걸레 먼저

  • 먼지가 많은 상태에서 바로 물걸레를 쓰면 먼지가 엉겨 붙어서 더 지저분해 보일 수 있어요.
  • 먼저 마른 걸레나 털이개로 가볍게 먼지를 걷어낸 뒤, 그다음에 물걸레로 한 번 더 닦는 순서를 추천합니다.

② 마이크로화이버 걸레 사용 팁

  • 미세먼지를 잘 잡지만, 그만큼 자주 세탁하지 않으면 먼지가 다시 날릴 수 있어요.
  • 사용 후엔 미온수에 비누를 풀어 손빨래 혹은 세탁망에 넣어 세탁해 주세요.

③ 바닥 · 가구 청소

  • 바닥 얼룩은 비누용액을 아주 소량만 묻혀 문질러 닦고, 맑은 물걸레로 한 번 더 지나가면 잔여 세제가 남지 않습니다.
  • 원목 가구는 결 방향을 따라 부드러운 천으로 살살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5. 청소 도구 수명 연장: 용도 분리와 햇볕 한 번

생각해보면, 청소 도구를 자주 사는 것도 결국은 또 다른 소비와 쓰레기죠. 한 번 산 도구를 오래, 위생적으로 쓰는 것 자체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입니다.

  • 컬러로 용도 구분하기
    – 파랑: 욕실용
    – 초록: 주방용
    – 노랑: 거실/방용 … 이런 식으로 색깔별로 구역을 나눠 교차 오염을 막고, 어떤 걸 어디에 쓰는지 헷갈리지 않게 만들어요.
  • 사용 후에는 반드시 햇볕 · 통풍
    걸레·수세미·브러시를 사용한 뒤 젖은 채로 방치하면 세균과 냄새가 2배속으로 자랍니다. 가능한 한 베란다, 창가 등 햇볕/바람이 드는 곳에서 완전 건조해 주세요.
  • 교체형 구조의 도구 선택
    밀대 패드, 브러시 헤드, 고무패킹처럼 닳는 부분만 따로 교체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면 본체는 오래, 소모품만 가볍게 바꿔 쓸 수 있습니다.

6. 청소 스케줄: 10 · 30 · 120 분법

“청소는 한 번에 다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귀찮고 부담스럽습니다. 작게 나누면, 훨씬 쉬워져요. 저는 이렇게 정리해볼게요.

  • 매일 10분 리셋 – 싱크대 설거지 마무리, 식탁 정리, 쓰레기 한 번 비우기. – 알람 맞춰 10분만 손을 움직이면, 집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 주 1회 30분 집중 청소 – 욕실 전체 닦기, 바닥 물청소, 침구·러그 정리 등 – 한 번에 다 하려 하지 말고, 이번 주 타깃 구역을 하나만 정해도 좋아요.
  • 월 1회 120분 대청소 – 창틀, 에어컨·공기청정기 필터, 옷장 위, 냉장고 안처럼 평소에 손 잘 안 가는 곳을 2시간 동안 정리하는 날. – 캘린더에 반복 일정으로 걸어두면 “언젠가”가 아니라 “이 날” 하게 됩니다.

좋아하는 음악 한 곡 틀고, 타이머를 맞춰놓고, “지금부터 10분만”이라 생각하고 시작해보세요. 청소는 집만 깨끗해지는 게 아니라, 머릿속도 같이 정리되는 의외로 좋은 루틴이니까요.

마무리: 반짝임보다, 계속할 수 있는 방식

집이 항상 호텔처럼 반짝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오늘 내가 선택한 세제와 도구가 어제보다 조금 더 단순하고, 조금 더 오래가고, 조금 더 덜 버리게 만드는 선택이었는지예요.

자극적인 향, 형광색 거품 대신 베이킹소다, 구연산, 비누 같은 심플한 조합을 고르고, 일회용 물티슈 대신 오랫동안 함께할 걸레를 고른다면 우리 집은 이미 더 안전해지고, 지구는 조금 더 가벼워집니다.

오늘 한 번의 헹굼, 한 번의 말림이 내일의 습관이 되고, 내년의 루틴이 됩니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쌓이는 당신의 리듬을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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