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환경, 함께 살아가는 법: 커피 한 잔에서 지구까지
아침에 눈 뜨자마자 휴대폰부터 켜고, 커피를 한 잔 내리고, 택배 알림을 확인하는 하루. 어느 순간부터 “환경”이라는 단어는 너무 거창하고, 나는 너무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내가 뭘 해도 달라지겠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환경 문제라는 건 거대한 슬로건이라기보다 우리가 어떻게 먹고, 입고, 움직이고, 버리고, 사랑하고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오늘은 제로웨이스트, 기후위기 같은 단어를 잠시 내려놓고, “인간과 환경이 함께 숨 쉬는 삶”을 조금 더 편안한 말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1. 인간과 환경, 왜 이렇게 멀어진 것 같을까?
어릴 때는 비 오면 걱정 없이 물웅덩이를 밟고 뛰어다녔고, 여름이면 매미 소리가 자연스럽게 배경음처럼 깔려 있었죠. 그런데 어른이 된 우리는 주로 실내에서, 화면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환경”이라는 건 뉴스 속 북극곰, 산불, 폭우 같은 장면으로만 만나게 되고요.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 이런 거리감이 생깁니다.
- 환경 = 활동가, 정부, 기업이 하는 큰일
- 나는 = 일하느라, 먹고 사느라 바쁜 평범한 사람
하지만 사실 환경은 “저기 밖에 있는 거대한 무엇”이 아니라, 내 방 안의 공기, 내가 마시는 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내일이에요. 좀 거창하게 들리지만, 결국 “환경을 아낀다”는 건 지금의 나와, 내 곁 사람들을 함께 지키는 일에 가깝습니다.
2. 우리 일상 속 작은 장면들: 커피, 택배, 그리고 쓰레기봉투
하루를 찬찬히 다시 보면, 환경 이야기가 숨어 있는 장면이 꽤 많습니다.
☕ 회사 가는 길, 커피 한 잔
아침마다 플라스틱 뚜껑이 달린 텀블러 대신 일회용컵을 들고 출근한다면, 한 달에 평균 20잔, 1년에 200잔 이상의 컵이 쓰레기로 나가게 됩니다. 이게 꼭 죄책감의 이유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여기서 “텀블러를 한 번 들고 나가볼까?” 하는 작은 전환점이 하나 생길 수 있어요.
📦 퇴근 후 현관 앞의 택배 상자
박스를 뜯고, 완충재를 꺼내고, 비닐을 찢다 보면, 물건보다 포장재가 더 큰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죠. “좋아 보이는 물건”을 사는 순간보다, 나중에 그 쓰레기를 정리할 때 더 피곤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은 모두, “나는 환경에 무심한 사람”이라는 증거가 아니라 “아, 뭔가 조금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3. 완벽한 제로웨이스트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요즘은 SNS에서 한 달 동안 쓰레기를 한 병에 모아 보여주는 사람들, 플라스틱 하나 없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자주 보입니다. 멋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나는 저렇게 못할 것 같은데… 그냥 포기할까?”
하지만 우리는 환경을 위해서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인간”이 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 10점을 향한 완벽함보다, 매일 1~2점씩 올리는 꾸준함
- 남을 설득하기 전에, 내 삶이 덜 지치고 더 편안해지는 선택
예를 들어, 이런 것들만 해도 충분히 “환경과 나 사이의 거리”가 줄어듭니다.
- 일회용은 줄이되, 정말 피곤한 날엔 그냥 사 먹고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기
- 새 물건 사기 전에 “집에 비슷한 게 있나?” 한 번만 떠올려 보기
- 에어컨을 전혀 안 켜는 게 아니라, 적정 온도로 똑똑하게 쓰기
환경을 생각하는 삶은 나를 괴롭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나를 조금 더 단순하고 가볍게 만들어주는 라이프스타일이면 충분합니다.
4. 인간다운 환경 실천: 거창한 약속 말고,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래, 나도 뭔가 해볼까?” 라는 마음이 들었다면, 거창한 서약 대신 아주 소소한 리스트부터 시작해도 좋아요. 아래 중에서 “이건 나도 해볼 수 있겠다” 싶은 것만 골라보세요.
🏠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
- 생수 대신 정수기나 직수(수돗물) + 텀블러/물병 사용해 보기
- 샴푸·바디워시를 다 쓰면, 용기를 버리기 전에 리필 제품을 한 번쯤 생각해 보기
- 배달 주문할 때 “일회용 수저 X” 한 번만 체크해 보기
- 냉장고에 있는 재료부터 먼저 쓰는 “털이기 요리” 주 1회 해보기
🚶♀️ 밖에서 할 수 있는 것들
- 카페 갈 때,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텀블러 들고 나가 보기
- 근거리 이동은 차 대신 걸어가기나 대중교통 한 번 더 선택하기
- 장 볼 때 에코백 혹은 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 활용해 보기
🛒 소비를 대하는 태도 바꾸기
- “싸니까” 대신 “오래 쓸 수 있나?” 한 번만 물어보고 사기
- 충동구매는 최소 24시간만 미뤄 본 뒤, 여전히 갖고 싶으면 그때 사기
- 중고 거래, 나눔, 대여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보기
이 중 단 하나만 실천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조금 더 나답게, 덜 낭비하며 사는 방향으로 한 발 옮겼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5. 환경을 생각하면, 나 자신도 덜 지치게 됩니다
환경 이야기를 하면 가끔 이런 반응이 돌아옵니다.
“요즘 사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환경까지 챙겨야 해?”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조금씩 실천해 볼수록, 의외의 선물이 따라오더라고요.
- 물건을 덜 사니 방이 덜 복잡해지고, 머리도 맑아짐
- 배달을 줄이고 직접 요리하니, 몸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
- 걷는 시간이 늘어나니, 생각 정리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됨
결국 환경을 위한 행동이, 내 멘탈과 건강을 위한 행동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환경을 위해 희생한다”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식이 알고 보니 환경에도 좋았다”에 가깝다고 할까요.
6. 우리는 거대한 해답이 아니라, 작은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기후위기는 분명 심각한 문제이고, 시스템 변화도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고요. 다만 우리에게 더 필요한 건,
-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 대화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시선
- 할 수 있는 만큼, 각자의 속도로 가도 된다는 여유
오늘 이 글을 읽은 당신이,
- 내일 아침 커피를 마실 때 텀블러를 한 번 떠올렸다면
- 택배 주문을 누르기 전에 “정말 필요한가?” 3초만 고민해 봤다면
-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마시며 “그래도 이 공기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히 큰 변화의 한 조각을 만들어 낸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나와 지구가 같이 숨 쉬는 삶을 향해
인간과 환경의 관계는 결국 “함께 잘 살아보자”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편안하게 숨 쉬는 집과 거리와 도시를 만드는 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내일을 남겨주는 일.
완벽한 환경운동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내 일상에서 단 하나의 선택만 다르게 해봐도, 그건 분명히 어제와는 다른 삶의 방향이에요.
이 블로그도 그런 작은 선택들을 함께 모으고, 때로는 실패담도 나누고, “그래, 우리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라고 서로 다독여 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의 시간과 마음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